2024년 1월 11일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야훼이레’라는 말이 있다. 하느님께서 먹을 것을 마련해주신다는 히브리말이다. 하느님께서 먹을 것을 마련해주신다고 해도, 사람이 직접 그 먹을 것을 취해야만 배고프지 않을 수 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입 쩌억 벌리고 있으면, 운이 좋으면 감이 입안으로 떨어지겠지만, 그런 일은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야훼이레라는 이 말을 두고, 하느님만 믿으면 만사형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신앙을 경고하고 있다. 제1독서는 이스라엘과 필리스티아 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가졌던 잘못된 신앙을 고발한다. 하느님만 믿으면 만사형통일줄 알았는데, 계약의 궤만 있으면 모든 전쟁에서 이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에게 증언한다.

        진인사대천명眞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오직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로또에 당첨되면, 이거를 할거라느니, 저거를 할 거라느니, 잔뜩 꿈만 꾸기도 한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로또를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또도 구입하지 않고, 로또에 당첨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오늘 복음은 하느님에 대한 잘못된 신앙, 곧 하느님께 빌기만 하면, 하느님께서는 나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식의 기복신앙을 경고한다. 또한 예수님을 두고, 병이나 고쳐주고 마귀나 쫓아내는 무당 정도로 생각하는 오해도 경고한다.

        마르코 복음서 곳곳에서 우리는 예수께서 마귀들에게는 입도 뻥긋 못하게 하셨고, 병자들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분부하실 때가 많았다는 대목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마르코 복음 7장에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 에파타, 곧 열려라 »라고 말씀하시면서 치유해주신 후에도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 더 널리 알렸다 »고 전한다(마르7, 31-37). 마르코 복음 9장에 나오는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서도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마르 9,9참조).

        예수께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이다.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십자가의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의 오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병자들에게 병이 치유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한 것은 예수를 병이나 고치는 떠돌이 약장수나 돌팔이 의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예수님 시대나, 지금이나 예수님에 대한 몰이해는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단견과 편견이 존재한다. 예수라는 분을 교회의 가르침대로,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로 고백하기는 하지만, 사람들마다 구세주에 대한 생각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다르다.

        오늘 복음의 앞부분은 예수라는 분을 한번 만나 보려고, 얼굴 한번 보려고, 궁금증을 풀어 보려고 수많은 군중들이 예수에게로 들이 닥쳤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이는 사람들은 결국 ‘믿음’이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된다. 그 산을 넘어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 산 앞에서 주저 앉아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산 앞에 잠시 머물렀다가 돌아가 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 산에 들어갔다가 중간 즈음에 머물러 버리는 이들도 있고, 중간 즈음 왔다가 되돌아 가버리는 이들도 있다.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결국 예수를 떠난다. “도대체 저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저 말씀을 누가 따를 수 있단 말인가”하며 떠난다.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어중이 떠중이들도 모두 예수를 떠났다.

        예수에게서 자기네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물질적인 무언가를 바랬던 이들, 예수에게서 인간적인 위로와 위안만을 바랬던 이들, 소위 물질적, 정신적, 영적 콩고물, 떡고물만을 바랬던 이들은 모두 예수를 떠났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욕망과 그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예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물어 보셨다 : « 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소 ? 당신들도 떠나겠소 ? »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은 게으름뱅이가 되겠다는 말이 아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인간으로서해야 할 바를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것이 하느님을 믿는 참인간의 모습이다. 나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 예수라는 분은 누구인가 ? 어떤 분이신가 ? 이 물음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서, 하느님을 떠나든지, 그분 곁에 남든지 할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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