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지난 화요일, 그러니까 1월 2일부터 오늘 1월 5일까지 우리가 매일미사 때에 들었던 복음들은 세례자 요한에 대한 이야기와 제자들과 첫만남을 하시는 예수님 이야기다. 주님의 공현을 기다리는 이 한 주간, 우리는 세례자 요한에게, 그리고 제자가 될 사람들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예수님 이야기를 복음으로 듣고 있는 셈이다. 어제 복음은 안드레아에게, 그리고 오늘 복음은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라고도 불렸던 나타나엘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예수님을 증언하고 있다. 세례자 요한의 눈에 비친 예수님은 «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 안드레아의 눈에는 « 메시아 », 곧 그리스도, 그리고 오늘 복음의 등장인물들 중의 하나인 필립보에게는 «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 », 나타나엘에게는 « 하느님의 아들, 이스라엘의 임금 »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 비친 예수님의 이미지의 종합은 결국 이스라엘이 대망해 왔던 « 그분 »으로 귀결된다. 그 여러 사람들이 생각해오고, 상상해왔던 « 그분 »과 예수님은 비슷한 점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우리는 적어도 신약성경의 4복음서들을 통해서 이미 예수님의 생애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 그분 »과 예수님의 결정적인 차이는 십자가에 놓여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영광과 승리의 그리스도가 아니라, 수난하고 죽음을 당하게 될 그리스도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앎이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예수께서 체포되고, 수난을 받을 때에 뿔뿔이 도망쳐 버렸던 당신의 제자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리고 만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 그분이 구세주요, 주님이심을 믿는다는 것은 그저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죄 안 짓고, 열심히 기도나 하고, 그저 주일미사나 꼬박꼬박 나오고, 그저 교무금, 헌금 꼬박꼬박 바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승에서의 삶이 고되고 빈궁하다고 하더라도, 저승에 가서는 예수에 대한 믿음 덕분에 떵떵거리고 호의호식하게 됨을 믿는 것도 아니다. 천국행 티켓을 거머쥔다는 것도 아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의 뒤를 따른다는 것이요, 그래서 예수를 믿는 삶은 우리에게 경천애인의 삶을 살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편리보다는 불편을, 이득보다는 손해를 스스로 택하는 삶,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는 삶, 불의와 부조리, 불합리, 그리고 불법에 저항하며 사는 삶을 실제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제자들은 성령을 받고서야, 비로소 예수님의 참모습을 보게 되었고, 예수님의 참모습을 따라 사도들이 되었으며, 사도 요한을 제외하고 모든 사도들이 목숨을 걸고 또 하나의 예수가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갔다. 


             
돌아오는 주일에 우리는 주님의 공현 대축일을 맞이한다. 무소불위의 초강력 울트라 파워를 가지고 오신 아기 하느님이 아니라, 나약하기 짝이 없는 아기 하느님이 당신을 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내시는 날을 맞이한다. 남은 오늘과 내일동안 세상의 비참함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당신도 비참해지심으로써, 마침내 세상의 비천함을 거룩함으로 바꾸어 놓은 하느님의 사건인 성탄과 공현의 참된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한다. 특히 사제서품식과 부제서품식이 있는 오늘, 그 자리에 모이는 모든 이들이 성탄과 공현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며, 그 되새김을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성탄과 공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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