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시다 »고 말을 하고, 그런 하느님을 믿는다고 입으로는 고백하지만, 정작 그 하느님 따라서 자신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 보려고 애쓰는 것이 신앙 생활 제대로 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 하느님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양이시다 »고 말을 하고, 그런 하느님을 믿는다고 입으로는 고백하지만, 정작 그 하느님 따라서 자신도 세상의 죄를 없애는데 애쓰는 것이 신앙 생활 제대로 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아니, 도대체 세상의 죄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세상의 죄에 연루되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오늘 복음을 읽어 보라고 건네 주면, 100에 90은 넘게 « 아휴, 이런 바리사이들, 율법학자들, 이중인격자에 위선자들, 이런 것들은 예수님한테 혼나 봐야 해 »라고 한다. 자기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도 않은 채 말이다. 뻔뻔한 것들은 성경에나 나오고, 자기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서 뉴스에서 머리 푹 수그리고 경찰로부터 취조 받는 이들이나, 난 결백하다고 독사 대가리 쳐들 듯, 그렇게 빳빳하게 대가리 세우고 포토 라인 앞에서 기자들로부터 온갖 플래시 세례를 받고 검찰청으로 들어가는 이들, 그런 것들이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참 많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로 대변되는 위선자들에게 열불을 내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따뜻하게 대하시면서도 왜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만 보면,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양, 싸우고 싶어서 단단히 약이 오른 싸움닭인양, 그들에게 독설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 독사의 족속 »이니, « 회칠한 무덤 »이니 하는 욕설까지 써가면서 노기등등해 하실까 ?

그들은 계명을 지키고 싶어도 율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하루 벌어 하루 살이하는 사람의 힘듦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일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하고, 직장 동료나 직장 상사 혹은 부하들 때문에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일요일만이라도 집에서 좀 쉬고 싶다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도 않았다. 이놈의 직장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일지만, 가족들 생각에 가슴 삭이는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지도 않았다. 새벽밥 짓느라 눈꺼풀 비비며 일어나 밥솥에 불 넣고, 남편 깨우고, 자식들 깨우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아침 먹인 후에 하루 종일 늘 반복되는 집안일 하느라, 등골이 휘고, 어깨가 천근 만근이라서 다만 일요일만이라도 쉬고 싶은 가사 노동자의 마음을 공감하지도 않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바리사이들만, 율법학자들만, 언론매체에서 뻔뻔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TV 화면을 한가득 채우거나 신문의 빈 공간을 채워 넣는 이들만이 위선자이고 이중인격자가 아니다.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는 그런 모습을 내 삶 속에서 발견한다면, 오직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남을 판단해버리는 적이 한번이라도 내 삶 속에 있다면, 세상의 죄에 대해서 침묵하고, 나 몰라라 하고, 애써 눈길을 외면해 버린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다면, 그런 내 자신이 바로 위선자이고, 내 자신이 바로 이중인격자이고, 내 자신이 바로 이 세상의 죄에 연루되어 있는 범죄인이다.
오늘 복음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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