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부산교구 동래성당 출신인 김홍석 요나 신부라고 합니다. 2006년 서품을 받았으며 해운대성당 보좌, 용호성당 보좌를 마친 후, 군종신부로 7년간 부산교구를 떠나있었으며 전역 후 다시 7년간 일본 선교사로 히로시마 교구에 파견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7년간의 긴 시간이 어느새 지나 이번 부활을 끝으로 선교사 소명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무런 연도 없는 금정성당에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배상복 신부님과의 연 때문입니다. 저는 신학교 대학원생 때 배상복 신부님으로부터 영성지도를 받았고 서품 후 두번째 본당이었던 용호동에서 배상복 신부님을 주임으로 모셨습니다. 보좌신부로 3, 군종교구에서 7, 일본에서 선교사로 7년을 살다보니 은인이라거나 도움을 주실 분들, 은사님도 없는 상태입니다. 아버지 신부님, 정인식 알베르토 신부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은사 신부님들도 모두 은퇴하셨기에 도움을 청할 곳이 더더욱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선교지에서의 어려운 상황들을 이를 악물고 버텨왔으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잘 견뎌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 힘으로 넘어갈 수 없어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 일본의 종교인 신도의 총 본산인 이즈모 타이샤가 있는 곳입니다. 신사보다 큰 곳을 신궁, 신궁보다 더 큰 곳을 대사라고 하는데 대사의 일본어 발음이 타이샤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우익들의 본고장입니다. 그러니 천주교 신부로 살아가기도, 한국인으로 살아가기도 참 어려운 곳입니다.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들을 위한 선교사이다보니 어쩌면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에 가장 합당한 선교의 장이기도 하네요.

보통 성당에 들어서면 마당에 있는 성모님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 성모상을 보고 ! 여기는 천주교 성당이구나하고 안도하는 것이겠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이 곳 이즈모 성당에 부임했을 때 성당 마당에 성모님이 계시지 않았습니다. 의아한 마음에 안으로 들어서니 성당 뒷마당에 자그마한 성모상이 놓여있었습니다. 성전으로 들어섰습니다. 성전 안에는 십자고상이, 예수님의 성시가 달린 고상이 없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브니엘 고등학교나 일반 개신교에서 봄직한 검은색 각목의 가느다란 십자가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워서 본당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성당 십자가에 왜 예수님이 안계시나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저는 십자가 위의 예수님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십자가에 예수님이 계시지않아 당황스럽습니다.” 그러자 본당 회장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했습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은 기도에 방해가 될 때도 있고 아이들이 무서워하기도 해서 처음 이 성당을 지을 때 네덜란드 신부님이 예수님이 달린 십자가를 모시지 않으셨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신부님께서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너무나도 무서워하셨습니다.” 저는 당혹스러워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 머무르는 3년 동안 십자가를, 예수님이 모셔진 십자가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였지만 몇명 안되는 신자들은 크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석에서 한 할머니께 십자가에 예수님이 계시지 않아 많이 외로웠습니다말하자 그 분도 공감해 주었지만 모두들 십자가를 바꿀 여력은 없었습니다.

제가 떠나면 앞으로 이곳의 십자가는 영원히 바뀔 일이 없고 아마도 전 세계에서 예수님이 없는 십자가가 달린 유일한 가톨릭 성당이 되지 않을까요? 일본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저의 젊음의 소진과 절망을 지켜봐 주셨던 예수님의 십자가를 새로 세우고 싶습니다. 베트남에서 돈을 벌러온 20대의 베트남 청년들 십여명, 필리핀 신자 십여명, 브라질 신자 십여명, 연금 생활자인 일본인 노인들 30여명이 살고 있는 이 곳에 제대로 된 십자가를 모시고 싶습니다. 2미터가 넘는 대형 십자가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운송비도 어마어마합니다.

기도해보고 또 해 봐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분은 배상복 신부님밖에 없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도움을 청합니다. 바다 건너 이즈모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세워주십시요!

금정성당의 도움으로 십자가가 세워졌으면 좋겠습니다.

202433일 새벽

바다 건너 이즈모에서

김홍석 요나 신부 올림. jona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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