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여러 차례 예루살렘에 오십니다. 갈릴래아와 예루살렘을 왔다갔다 하시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깨우쳐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들어오십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예루살렘은 다른 때와는 다릅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시간은 우리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이번 예루살렘 방문은 그런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요한 복음서에서 여러 차례 나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하신 분이 이제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상 당신의 십자가 죽음이 눈 앞에 도달했음을 직감하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하고 말할까?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당신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 될 이 때를 받아들이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죽음, 당신이 영광스럽게 될 때를 받아들이시며, 우리에게 당신 죽음의 의미를 깨우쳐 주십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씨앗의 껍데기를 벗고 싹이 트고, 싹이 자라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이 말씀으로 당신의 죽음으로 많은 열매가 맺을 것임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결정적인 순간이 됩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우리가 새롭게 살게 됩니다. 그 새로운 삶은 바로 하느님의 생명을 뜻합니다.

더 나가서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 속에 목숨과 생명이 여러 차례 언급됩니다. 그렇다고 이 말씀이 사람의 목숨이 여러 개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가 목숨 또는 생명이라고 말할 때, 새로운 차원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생명이라는 것이 육체적이고 물질적인 측면도 있지만, 영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이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당신의 숨을 불어넣으시자 사람이 숨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한편으로는 흙의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숨, 하느님의 생명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육체적인 것, 물질적인 것만으로는 충만하게 살아가지 못합니다. 고통이 있고 물질적으로 어려워도, 그것이 의미있는 것이면 인간은 그것을 견뎌냅니다. 반대로 물질적으로 풍부하더라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며 인생 자체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 때, 참으로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영적인 존재이고,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의 숨결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 죽음의 의미를 밝혀주시고, 우리 가장 깊은 곳에 하느님의 생명, 영원한 생명이 살아있음을 깨우쳐 주십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의 인생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감싸여 있음을,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생명으로 떠받쳐져 있음을 깨우쳐 주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의 순간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때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죽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하느님의 생명과 영광에 감사드리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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