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만난 사람들
주님의 부활 대축일 이후의 미사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요한 복음을 보면, 마리아 막달레나가 가장 먼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 다음으로 주님의 사도들이, 그리고 사도들이 주님을 만난 사실을 믿지 않았던 토마스도 그분을 만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티베리아스 호수가에서 일곱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일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 역시, 엠마로로 가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났고, 그 이후에 예루살렘에서 사도들이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들의 공통된 체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체험을 묵상해보면, 우리 역시 그들과 비슷한 사건과 체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첫째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처음에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도 그랬고,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도 그랬으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일곱명의 사도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부활하신 예수님이 자신들의 곁에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로 찾아오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쉽사리 깨닫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또는 어떤 느낌과 체험을 통해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 곁에 계시고, 내 삶에 동반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께서 내 일상 가운데 나와 함께 계셨음을 깨닫게 되면, 예수님께서 나의 인생을 더 풍요롭고 가치있게 변화시켜 주셨다는 것 역시 깨닫게 됩니다. 내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주셨고, 내가 슬플 때 위로해 주셨으며, 내 삶이 헝틀어졌을 때 나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나중에서야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어부였던 제자들이 더 많은 물고기를 잡도록, 그리고 새로운 삶의 길을 시작하도록 해주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자신들의 일상 안에서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롭고 새로워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두번째로, 제자들이 가장 뚜렷하게 예수님을 알아본 때는 바로 빵을 나눌 때였습니다. 엠마오의 제자들도 그랬고, 오늘 복음에서도 제자들은 아침 식사를 할 때 가장 뚜렷하게 예수님을 만납니다. 제자들은 빵을 떼어 나누면서, 성목요일 밤 빵을 나누어 주시던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제자들의 이 만남과 체험은 성체성사 안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깨닫게 해줍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성체성사 안에 가장 뚜렷하게 현존해 계십니다. 그렇다면,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노력으로 성체성사에 임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복음을 보면 식사를 마치신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나를 사랑하는냐?”하고 물으십니다. 그리고나서 “나를 따라라”하고 명하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당신을 만난 제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길로 초대하시고, 새로운 사명으로 불러 주십니다.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삶, 하느님의 백성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으로 우리를 불러 주시고,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는 사명으로 우리를 불러 주십니다.
우리가 알아보든 알아보지 못하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일상 안에서 우리와 함께 걸어가십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인생 여정에 동반하시고 우리의 길을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믿어야 합니다.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더욱 기쁜 마음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을 따라 나설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