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시다

오늘은 사순 제2주일이고,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사건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제자들과 함께 높은 산에 오르신 주님께서 찬란한 영광의 모습으로 변하십니다. 주님 곁에는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야가 함께 서 있습니다. 그리고 하늘 위 구름 속에서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하고 울리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제자들은 한편으로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쁨과 감격에 가득차 있습니다. 두려움과 기쁨, 이는 신적인 존재가 드러날 때 인간이 보편적으로 체험하는 사실입니다. 이제 제자들 앞에 주님께서 하느님의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예수님이 곧 하느님과 같은 분이심이 천명됩니다.

그러나 오늘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모의 전후 사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시고,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십니다. 그 여정길에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십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자,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당신께서 고난을 겪을 것이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예고하십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주님의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특히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에 반박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당신이 가야할 길이 바로 십자가의 길이며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는 모두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이 말씀 후에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시어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시며, 당신이 바로 생명이신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그리고 당신 부활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십니다.

이렇게 보면, 주님 변모 사건의 의미가 더욱 밝게 드러납니다. 주님은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신 후에, 그리고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말씀하신 후에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주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고, 주님의 거룩한 얼굴을 보는 것은 고통과 십자가를 통해서 입니다. 고통과 십자가야 말로 참으로 하느님의 생명과 영광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말이지만, 십자가와 죽음 안에서 하느님의 생명이 드러납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모든 희망이 붕괴되고 나서야, 그리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음을 절감할 때, 바로 그때 하느님은 하느님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렇게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 당신 부활이 있음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더 나아가서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제자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위로와 용기입니다. 스승의 십자가와 죽음을 눈 앞에 둔 제자들에게, 그리고 자신들의 고통과 죽음을 예감하는 제자들 앞에서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오늘 주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우리 자신에게도 말합니다. 우리 각자가 지고 살아가는 고통과 십자가, 매일 매일 겪는 절망과 죽음 안에 바로 하느님의 생명이 싹트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가 우리를 위로합니다. 우리가 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과 십자가 너머 바로 참다운 생명과 영광스러운 부활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를 위로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의 힘든 삶을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주시기를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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