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치유

오늘은 연중 제6주일이며 동시에 프랑스 루르드에서 성모님께서 발현하셔서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신 날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루르드 성모님의 첫번째 발현일에 세계병자의 날로 정해 의료인과 병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 역시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치유해주신 사건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지난 주 강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예수님의 치유의 참다운 의미를 깨달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육체적 치유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말씀하고 계시고 더 깊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시고자 하십니다. 오늘 나병환자의 치유를 통해 예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묵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 레위기를 읽어보면, 전염병을 가진 이는 부정한 사람으로 선언되고 열 두 지파의 진영 바깥에 혼자 살아야 합니다. ‘부정하다는 말은 전례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이며, ‘진영 바깥에 혼자 살아야 한다는 말은 격리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들은 당연히 전염병이 나으면 전례에 참여할 수 있고, 진영 안 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뼈저리게 겪어보았기에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질병은 질병 자체로도 무서운 것이지만, 그 질병이 가져다주는 낙인과 편견, 배제와 소외가 사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인간을 괴롭힙니다.

예수님의 치유는 무엇보다 먼저 육체적 치유입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잡아주시고 그에게 말씀하시니, 그가 나병에서 치유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은 그를 공동체에 복귀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은 그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십니다. 실상 질병에서 벗어나고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러나 고통 가운데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깨닫는 것 역시 은총이며, 우리의 일상의 삶을 하느님이 감싸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큰 은총입니다. 우리는 우리 일상의 삶이 얼마나 귀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코로나를 통해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우리의 삶을 하느님이 받쳐 주시고 우리의 인생을 하느님이 감싸주시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은총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 치유의 마지막 단계는 하느님과의 만남입니다. ‘깨끗하게 되다는 말은 첫째로는 육체적으로 깨끗하게 된다는 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앞에서 깨끗하게 된다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육체의 회복을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육체의 회복을 넘어서 하느님이 우리를 처음 창조하실 때의 모습, 본래의 참다운 자아로 회복하도록 해주십니다. 우리 자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 안에 우리가 존재하는 바로 그 모습으로 우리를 되돌려 주십니다.

오늘 주님께서 나병 환자를 치유하시는 모습을 묵상하며,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성찰해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질없는 욕심 때문에 우리가 더럽혀 졌습니다.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온갖 상처를 안고 살고 있으며, 차마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숨겨놓고 살아갑니다. 실상 우리가 나병환자 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의 손을 잡아주셔서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시고, 우리의 아픔을 고쳐주시며,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깊은 갈망과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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