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래아에서의 선포와 활동

예수님의 공적 활동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갈릴래아 호수가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악령을 쫓아내시며 병자를 치유해 주셨습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며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시며 돌아가시고 부활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활동의 첫번째 부분의 어느 하루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이 선포하신 복음과 예수님 가르침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곧 하느님 자신을 뜻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복음의 핵심은 하느님은 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바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구원과 은총은 우리에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죽어야만 도달하는 그런 곳도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회개하고 받아들이면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이 우리 안에서 실현됩니다, 우리 안에서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악령을 쫓아내시고 병자를 치유하신 것은 하느님이 이제 우리 안에서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시고, 우리 안에서 하느님의 나라가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함 이었습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악령을 쫓아내시고 병자를 고쳐주시는 활동은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해서 알아들어야 합니다. 고대 팔레스티나 지역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오늘날 우리와 같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악령은 인간 바깥에서 인간을 짓누르고 괴롭히는 모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난과 결핍은 최고의 물질문명을 누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 바깥에서 인간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소외와 배제 역시 인간 밖에서 인간을 괴롭힙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언제나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시며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십니다. 예수님은 인간을 짓누르는 모든 것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자선주일을 지내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선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의 활동을 우리가 이어받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병자의 치유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여전히 부질없는 집착과 탐욕 때문에 병들고, 불안과 두려움으로 아파합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서부터 우리를 병들게 하고 억누르는 모든 것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고 해방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구마와 치유는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하실 때의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켜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참다운 자아로, 하느님이 숨을 불어넣어 주셔서 하느님의 숨으로 살아가는 참다운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려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갈릴래아에서의 예수님의 가르침과 활동을 묵상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다시 말해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하느님이 우리의 삶을 감싸고 있으며 우리 인생을 떠받치고 있음을 깨닫도록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해주시고 해방시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의 구원과 은총이 우리 자신 안에서 실현되기를 희망하며 기도합니다. 우리의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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