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낚는 어부

갈릴래아 호수는 길이 21km 그리고 그 폭이 13km가 되는 큰 호수입니다. 그래서 복음서에서는 종종 이 호수를 바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호수에서는 물고기도 많이 잡혔기에, 여기서 잡은 물고기들이 이스라엘 전체로 팔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기에 이 호수 주변에는 작은 도시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카파르나움, 코라진, 벳사이다, 게라사, 티베리아스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도시들의 이름이 이 호수를 둘러싸고 발전한 마을들입니다. 그리고 이 호수 주변의 사람들은 대개 어부들이었습니다. 어부들은 도시의 부자들은아니었지만, 그나마 자신들의 노동으로 먹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어부들을 당신의 첫번째 제자로 불러 주십니다. 오늘 첫 제자들의 부르심에 대해 함께 묵상하며, 우리 자신들의 부르심에 대해서도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주님께서는 어부들을 보시고 나를 따라 오너라하고 말씀하십니다. 부르심의 주인공은 주님이십니다. 제자들은 준비된 사람이거나 자격이 있거나 훌륭한 사람이기 때문에 불린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부르심 자체가 실상 은총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깨닫고, 교회로 불리우고, 세례를 받은 모든 것이 가장 근원적으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내 발로 성당에 나왔다 하더라도, 내 마음과 내 발을 교회를 이끈 근본적인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우리가 자격을 갖추었거나 선하고 의롭기 때문에 불린 것도 아닙니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불러 주셨고, 우리가 자랑할 것이 있다면 주님의 사랑과 그 은총을 갑작스럽게 그리고 희미하게나마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실상 은총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기도 했지만, 동시에 은총이 주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은총은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둘째로 주님께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어부들에게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사람 낚는 어부라는 표현이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불러 주시면, 우리의 일상과 우리의 일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거룩한 것으로 변하고 우리의 일은 세상을 위한 일로 드높아 집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깨달으면 깨다를수록, 우리의 삶은 더 거룩해지고 더 아름다워지며 더 큰 가치로 충만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묵상해 볼 것은 제자들의 응답, 곧 우리의 응답입니다. 사람 낚는 어부로 바뀌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우리의 삶의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포기를 배워야 합니다. 첫번째 제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주님을 따릅니다.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주님을 따릅니다. 어부가 그물을 버리고 배를 버려둡니다. 심지어 아버지까지 버려두고 주님을 따릅니다.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릅니다. 우리가 제자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를 수는 없겠지만, 우리도 버리고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의 것을 움켜지고 집착하는 손을 놓아야 합니다. 쉽게 용서하지 못하고 갚아버리고 말겠다는 내 마음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돋보이고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과 일상이 더 큰 의미와 가치로 충만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것들을 버리고 포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자들을 부르시듯,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불러주십니다. 주님 부르심은 더 의미있고 더 가치있는 삶으로의 부르심입니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우리의 일상의 것들을 버리고 포기함으로써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응답을 기쁘게 받아주시도록 기도하며,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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