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자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들이 주님께 불림 받은 일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원래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던 두 사람이 주님의 제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우리가 신앙을 가지게 되고 신앙이 깊어지며 주님 제자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주님의 두 첫 제자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먼저 세례자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에게 예수님을 가리켜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 일컬으며 주님을 따르게 합니다. 그리고 두 제자는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시어 두 사람에게 무엇을 찾느냐?”하고 물으십니다. 예수님의 첫번째 물음은 우리가 참으로 갈망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끔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신앙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인생을 통해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찾느냐?”는 예수님의 첫번째 질문에 두 제자는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하고 되묻습니다. 제자들은 주님 계신 곳에 함께 있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우리 마음의 갈망을 성찰해보면, 가장 깊은 곳에서 갈망하는 것이 바로 주님과 함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가장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의 조건, 육체적인 건강, 용서와 화해 등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실상 내 힘만으로, 내 의지만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음도 깨닫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 마음의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우리가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갈망하고 있음도 깨닫습니다. 그러나 은총과 축복의 본질이야말로 하느님과 함께 있음입니다. 우리가 성모송을 기도할 때마다 되풀이하듯이, 하느님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인사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은총도 축복도 하느님과 함께 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제자들의 물음,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하는 물음은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의 갈망과 기원을 드러냅니다.

제자들의 되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와서 보아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계시는 곳에서 그분과 함께 그날을 보냅니다. 우리가 우리 삶과 신앙의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님과 함께 머물러야 합니다. 주님에 대해서 듣고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느님도, 신앙도, 예수님도 모두가 신비입니다. 듣고 배운다고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신비 안에 잠길 때, 그 신비를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계신 곳에 가서 보고 머물러야 합니다. 주님과 함께 머무를 수 있을 때, 우리의 신앙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 신비의 영역 안으로 들어갑니다. 세례성사는 하느님의 신비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세례성사는 무엇을 찾느냐?”하신 주님의 첫번째 물음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주님,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하고 물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와서 보아라하시면, 우리는 주님 계신 곳에 가서 머물러라 합니다. 성체성사는 주님과 함께, 주님을 모시고, 주님 안에서 머무는 것입니다. 영성체를 통해 우리는 주님의 천막 안에 머물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신비 안으로 들어오고,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과 함께 머물게 됩니다. 이제 하느님의 신비가 우리의 삶을 감싸고,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의 인생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머물면, 주님께서 우리의 깊은 갈망을 이루어 주시고, 우리의 일상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며, 우리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십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께서 묵으시는 곳에 함께 머물도록 우리를 불러 주십니다. “와서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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