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경배하러 왔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2주 전 성탄 대축일로 시작된 성탄 시기는 오늘 주님의 공현 대축일로 마무리됩니다. 원래 공현이라는 말은 거룩한 것 또는 신적인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공현은 메시아의 존재 또는 하느님의 거룩함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 역시 동방 박사를 통해 주님의 탄생이 온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과정에 대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안에서 우리는 별을 쫓아 메시아를 찾아온 박사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별의 인도를 받아 동방에서부터 예루살렘으로 왔고,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까지 와서 마침내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동방 박사들의 이야기는 성경의 전체 흐름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 전체는 메시아를 향해 서 있고 그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의 오심을 예언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그분의 길을 닦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는 순명으로 메시아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만나는 동방 박사들은 이스라엘 사람도 아니었고, 구약성경도 모르며 이사야 예언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다른 민족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별을 쫓아 메시아를 찾아옵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의 신비와 그 뜻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을 드러내 줍니다.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은 첫 우주 비행 후에 우주는 암흑이며 나는 신을 보지 못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우주 비행사 보만(Borman)은 우주 비행 후의 인터뷰에서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는 성경을 말씀을 되뇌었습니다. 실로 하늘은 물리학적이고 천문학적 하늘 이상의 것을 드러내 줍니다. 그래서 시편 말씀은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하고, 창공은 그 분 손의 솜씨를 알리네”(시편 19,1)하고 노래합니다. 하늘과 창공은 거룩함과 하느님이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참으로 갈망하는 이에게는 하느님이 드러나십니다.

하늘과 창공의 별이 동방박사들을 막 태어나신 주님께 인도했습니다. 그들은 아기 예수님을 보고 땅에 엎드렸고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드립니다. 그들은 동방에서 온 사람들로서 이스라엘의 경계 바깥의 사람입니다. 이들은 이방 민족의 사람들이지만 진실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메시아의 탄생은 이렇게 이방 민족 가운데 진실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게 드러났습니다. 별이 동방 박사들을 이끈 곳은 이스라엘의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고장 베들레헴이었습니다. 별은 진실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작은 고을, 가장 보잘것없는 땅, 가장 작고 약한 사람, 가장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자리로 인도합니다.

바로 여기에서 주님 성탄의 신비, 공현의 신비,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비가 드러납니다. 하느님은 별 너머, 하늘 너머, 우리가 근접할 수 없는 먼 곳에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가장 작고 보잘것없으며, 가장 작고 약한 것,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일상적인 삶 안에 거룩함의 신비, 하느님의 신비가 숨어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우리의 일상 안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발견한 사람에게 일상의 삶은 보잘것없거나, 비루한 것이거나, 가치없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일상을 드높여 주시고, 우리의 삶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로 채워 주십니다. 우리의 일상이 바로 하느님이 계시는 곳이 됩니다. 동방 박사들을 가장 작고 보잘것없는 곳으로 이끌었던 그 별이 오늘 우리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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