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품은 어머니 마리아

2024년 새로운 한 해가 오늘 시작됩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날 교회는 이 날을 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로 경축합니다. 또한 매년 11일은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정한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성모님께 우리 자신들과 온 세상의 평화를 주시도록 기도하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이 구절이 있습니다. 오늘 이 표현의 의미에 대해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천주의 성모라는 말은 곧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성모님을 일컬어 예수님의 어머니, 그리스도의 어머니, 구세주의 어머니라고 표현하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이해됩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말하려고 하면 설명이 필요합니다.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것은 삼위일체 교리를 전제하고서 하는 말입니다. 요한 복음 1장을 보면, 하느님의 말씀이 한 처음에 있었고, 그 말씀이 하느님과 함께 있었고, 그 말씀이 곧 하느님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되신 예수님은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나기 이전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계셨다는 뜻입니다. 하느님 말씀은 하느님에게서 나오는 것이지만, 하느님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에게도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라고 말하며, 하느님께만 부르던 호칭 주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교리는 한편으로는 마리아에 대한 교리이지만, 더욱 근원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하느님이라는 신앙고백에서 나오는 교리입니다.

더 나아가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신앙고백은 신학과 교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마리아는 목자들이 전한 말에 놀라워하며, 그 일들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히 되새깁니다. 루카 복음을 보면, 마리아는 항상 하느님 말씀을 마음 속에 간직합니다. 아기를 가질 것이라고 천사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 잃었던 예수님을 성전에서 되찾았을 때 예수님이 하신 말씀, 이 모든 말씀들을 마리아는 마음 속에 간직했다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참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자기 태중에 품고 사는 어머니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어머니입니다. 마리아의 이런 모습은 그리스도교의 기도와 영성의 원형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마음에 넣고 되새겨 묵상하며, 그 묵상한 말씀에 순명하여 실천하는 것이 기도요 영성입니다. 오늘날 렉시오 디비나라고 불리는 기도뿐 아니라,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과 같은 전통적인 기도와 영성, 최근의 향심기도와 같은 것도 마리아의 모습을 적용한 것입니다. 실로 말씀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은 참다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자기가 품고 있는 그 말씀에 순명하여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의 위협을 이겨내고 불의와 싸우며, 어떤 그리스도인은 물질문명에 저항하여 가난을 선택하고, 또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온 삶을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데 바칩니다. 말씀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힘이 내립니다. 말씀을 품고 사는 이에게는 하느님의 용기와 평화, 하느님의 능력이 일어납니다.

오늘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우리 모두가 하느님 말씀을 품고 사는 어머니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의 용기와 평화, 하느님의 능력과 축복이 되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맞이하는 새로운 한 해가 하느님 말씀으로 새로워지고, 온 세상의 평화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과 기도를 모아,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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