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주님의 성탄 대축일이 지나고 처음 맞이하는 주일을 교회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로 지냅니다. 모든 사람이 비슷비슷하듯이, 예수님 역시 요셉과 마리아의 가정에서 양육받고 성장했습니다. 한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태어나서 1-2, 길게 잡아도 6-7년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시기 동안 아기는 엄마 품에서 사랑으로 느끼며, 최초의 성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정은 우리 모두에게도 그러하듯이, 이제 갓 태어난 예수님에게도 가장 중요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이스라엘 율법에 따라 예수님은 여드레만에 할례를 받으며 예수라는 이름을 받았고, 또한 40일이 지난 후에 성전에 봉헌되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이 부모님의 품에 안겨 성전에 들어섰을 때,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시메온에게 축복을 받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기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예수님이 태어나서는 가정 안에서 사랑을 느끼며, 신앙에 충실한 부모에게 보호받으며 신앙을 키우고, 의롭고 성령에 가득찬 사람에게 축복을 받습니다. 그래서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의 유년 시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예수님이 공생활에서 보여주신 이웃에 대한 따뜻한 연민, 하느님께 대한 끝없는 헌신과 봉헌, 아프고 힘든 이들에게 대한 축복이 바로 이 가정에서부터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가정이 다 그렇듯이, 시련과 고통없는 가정 역시 없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에 의하면, 헤로데 임금의 질투와 증오 때문에 성가정은 이집트로 피신을 가야 했습니다. 주님의 천사는 요셉에게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명하고, 요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순명합니다. 성가정의 이집트 피신은 단순히 공간의 이동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길도 없고, 나침반도 없이 떠나는 여정입니다. 그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과 맺어온 관계를 포기하는 것이고, 언제 돌아오지 모르지만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그들은 아무 말없이 자신들에게 들이닥치는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받아들입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셉과 마리아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과 마음을 보여줍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들의 가정을 지키고 그들의 자녀를 지키기 위해 쏟아야 하는 땀과 눈물을 요셉과 마리아가 보여줍니다. 특별히 오늘 가정과 자녀를 지키기 위해 쏟는 세상 모든 아버지의 땀을 응원하고, 세상 모든 어머니의 눈물을 위로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맞아 우리 본당 신자들과 모든 가정에 주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도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기도와 보호를 있으시기를 빕니다. 시련과 고통 속에 있는 가정에도 주님께서 용기와 위로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경험이 알려주듯, 우리가 쌓아 올리고 우리가 거두어들인 모든 것이 실상 우리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우리 자신을 일으켜 주시고,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손길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물질적이고 사회적인 성취와 결과를 얻어야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님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성가정 축일에 우리 신자들의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큰 축복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올 한해 우리를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우리들의 감사와 찬미를 모아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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