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보내시다

마태오 9, 36-10, 8/ 2023. 6. 18. 연중 제11주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열 두 사람을 불러 제자로 삼으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명을 주어 파견하십니다. 오늘 열 두 제자들을 부르시고 파견하신 의미에 대해 함께 묵상합시다.

첫째로 열 둘의 의미입니다. 마태오 복음을 보면 이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을 먼저 부르셨습니다. 어부들이었던 이들에게 사람낚는 어부로 만들겠다하시며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포함해서 열 둘을 뽑으십니다. 요한 복음을 뺀 세 복음서와 사도행전에는 사도들의 이름이 나와 있는데 모두가 열 둘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행전을 보면, 예수님을 배반하고 떠난 유다 이스카리옷의 자리를 마티아가 채웁니다. 열 둘은 예수님께서 의도하시고 계획하신 숫자이고 이를 제자들이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왜 열 둘에 의미를 부여하셨을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열 둘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를 상징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온 세상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께서는 열 두 제자를 뽑으심으로써 새로운 이스라엘이요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려고 계획하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열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원하신 교회의 모습이요 또한 예수님께 불린 제자로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열 두 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으로는 어부도 있고 세금을 거두는 세리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로마에 적대적인 열혈당원도 있고 로마에 친화적인 세리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끝까지 따른 사람도 있지만, 예수님을 단돈 몇 푼에 팔아 넘긴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모으시고자 하셨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 다양한 사람을 모아 공동체를 만들고 교회를 세우고자 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 역시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나이도 직업도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정치적 성향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불러 주신 분은 주님이시고, 주님이 우리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고서 오히려 그 다양성을 통해서 일치를 이루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나와 다르다는 것이 우리의 일치를 방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 안에서 한 몸이고 하나입니다.

둘째로,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불러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고쳐주게 하셨습니다. 이 일들은 사실 주님께서 행하신 일이었습니다. 주님의 능력이 무엇보다 먼저 제자들에게 머물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보면, 제자들은 치유자가 되기 전에 치유 받은 사람들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의 헛된 것을 쫓아가는 마음에서 해방시켜 주셨으며, 아프고 병든 마음을 낫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당신 곁에 가까이 불러 머물게 했습니다. 주님의 힘이 그들의 힘이 되고 주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 역시 주님 곁에서, 주님 가까이에서 우리의 마음이 치유되고 온갖 나쁜 마음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행하신 일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루어진 일들을 세상 속에서 행하도록 명하십니다. 우리가 받은 평화와 위로를, 우리가 얻은 용서와 치유가 온 세상 모든 사람들과 만물들에게 베풀라는 명령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열 두 제자를 부르시고 또 그들을 파견하십니다. 열 두 제자는 바로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이자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우리가 각자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가 이해하며 하나가되도록 주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우리가 모두 주님 안에서 평화와 위로를 얻고 그것을 세상 속에 전하도록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오늘, 온 세상 모든 만물이 주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고 주님 안에서 평화를 얻고 주님을 통해 용기를 얻기를 기도하며,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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