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과 회개
오늘은 대림 제2주일입니다.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 시기에 우리 삶의 과제에 대해서 함께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두 개의 과제가 놓여있습니다. 첫째는 생존의 과제입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과제입니다. 둘째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의 과제입니다.
먼저 생존의 과제에 대해 묵상해 봅시다. 사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고, 자식을 낳고 가르치고 키우는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한 일에 들어갑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는 더럽고 치사한 일도 온갖 수모도 견디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 있어도 하는 수 없이 하는가 하면, 양심이나 인간적 도리 또는 체면을 일정 부분 포기하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게 다 생존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존만으로는 만족도 행복도 느끼지 못합니다. 뭔가 부족하다고 여깁니다. 실상 동물과 인간이 다른 점이 바로 이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삶의 또다른 과제는 의미 있는 삶 그리고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당위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삶을 원하고 추구합니다. 인간의 존재가 그런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가 신앙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서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본성이 자리잡고 있고, 이는 결국 인간 존재가 하느님을 향해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실상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하느님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돕기도 하고, 이런 저런 봉사를 하기도 하며, 명상과 기도의 삶을 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생존의 과제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이런 것을 합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가장 근원과 핵심은 바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참다운 자기 자신을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장 좋고 아름다운 모습, 참다운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입니다. 그것을 찾을 때, 우리의 인생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변하고, 우리 자신은 참으로 행복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찾는 여러 힘과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힘은 성찰의 힘입니다.
성찰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능력입니다. 자신의 맨 얼굴을 보는 용기입니다. 성찰은 쉽게 말하자면 거울을 보는 능력입니다. 거울을 보아야 자기 얼굴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거울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입니다. 인간과 가장 닮은 침팬지는 학습을 통해 거울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인간만이 거울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자기를 되돌아볼 수 있을 때, 자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을 가장 잘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찰하는 힘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고, 인간이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입니다.
오늘 대림 제2주일의 복음은 세례자 요한의 회개를 촉구하는 장면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성찰을 신앙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자면, 회개입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힘이며, 우리 자신을 참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바로 회개입니다. 회개야 말로 우리가 예수님이 우리 마음에 오시도록 기다리고 준비하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성찰과 회개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힘입니다. 성찰과 회개가 우리의 삶을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인도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