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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 강론 – “죽어야 산다!”
 

주임신부     2023. 4. 9, 범일성당


 

아주 간단한 한마디 표현으로써 이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그것은 ‘죽어야 산다!’입니다. ‘죽어야 산다.’란, 죽어야만, 그 죽음을 통해 영원히 산다는 것, 즉 부활한다는 것입니다. 죽기 싫어하는 우리에게, ‘죽어야 산다!’가 크고 소중한 메시지로서 다가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성목요일 밤에, 제가 수난 감실 성체조배를 했을 때의 짧은 경험을 고백합니다. 밖에 비는 질척거리듯 내리고 있었고, 하루 종일 일도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부활 대축일 강론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수난 감실 앞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질문해 보았습니다. ‘주님, 제가 지금 피곤하고 생각도 잘 나지 않는데요, 어찌해야만 저희가 부활을 잘 맞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이런 표현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죽어야 산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은 척 함이 아닌, 죽다가도 가 아닌, 그리고 죽을 만큼도 아닌, 진짜로 죽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정말 죽으셨기에, 부활하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가 봅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죽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고통을 받아들여야 죽는다!’입니다. 맞는 말이지요. 우리는 고통 없이 죽기를 바라겠지만, 그 누구라도, 죽음을 앞두고서는 크든 작든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우리 삶은 고통을 통해 죽게 되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극심한 고통을 당하심을 통해 죽으셨습니다. 

    그래서, 신학적으로 또 신앙적으로, 교회는 ‘수난’과 ‘죽음’과 ‘부활’은 연결되어 있다고 가르칩니다. 이 셋 중에서 어느 하나 없이는 다른 것에로 넘어감, 즉 ‘파스카’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시간 주님의 부활을 맞고 계시는 여러분, 우리도 수난을 통해 죽고, 죽음을 통해 부활하도록 합시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이 지상을 ‘고통의 골짜기’라고 표현했는데, 우리는 주변과 자신 안에서 만나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거룩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다시 살아날 수, 즉 부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씀드린다면, 우리는 죽기 위해 수난하고, 부활하기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수난함으로써 죽고, 죽음으로써 부활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생각해 봅니다. 거창하고 장엄한 수난과 죽음과 부활이 있지만, 일상의 작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매일의 일상 안에서, 우리는 ‘고통’처럼 다가오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면들을 죽여 버림으로써, 우리도 부활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매일 매일, ‘작지만 은혜로운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맞이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희망하건데, 이러한 작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들이 모이고 또 모여, 언젠가 우리도 ‘영원한 생명’이라고 하는 ‘큰 부활’에로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좋은 자리에 모여 오신 여러분, 우리 본당 공동체의 이름으로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자주, 이곳 주님의 집에서 여러분을 뵙고 싶습니다. 주님 부활의 인사를 전하며, 주님 친히 주시는 부활의 은혜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여러분, 수난하고 죽으심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우리가 닮아감으로써, 우리도 ‘부활의 삶’에 도달합시다. 아멘, 알렐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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