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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1 07:32

[강론] 연중 제27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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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일(다해) 강론 – 종의 자세
 

주임신부       2022. 10. 2, 범일성당


 

제가, 내일이면 이곳 범일성당에 부임한지 만 3년을 채우는 날입니다. 그래서 요즈음 저 혼자 많이 생각하는 점은 두 가지입니다. - 첫째는, ‘내가 여기서 살아가며, 혹여 신자분들에게 잘못한 점은 없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저의 부족함과 잘못이 당연히 있기에, 다섯 글자로써 이렇게 표현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둘째는, ‘그리 길지 않은 이곳에서의 남은 시간들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오늘 복음 속의 한 말씀이 결정적으로 저에게 다가 왔습니다. 그 내용은 지난 주 ‘가족회의’ 때 제가 이미 듣게 된 말씀입니다.

 
 

우리 본당은 매 주 수요일 오전에 사제, 수도자, 사무직원들이 모여 주보 원고 검토 및 본당 일들을 의논하는 ‘가족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직원회의’라 하는데, ‘가족회의’가 더 좋은 표현인 듯해서 그렇게 칭하고 있습니다. 가족회의의 시작 기도는 다가오는 주일의 독서 중 한 부분을 수녀님께서 읽고, 마침 기도는 주일 복음 중 한 부분을 사도 요한 신부님께서 읽게 되는데, 지난 가족회의의 마침 기도는 이 말씀이었습니다. -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오늘 복음 마지막에 보이는 주님 말씀이지요. 이 말씀은 오늘 복음의 핵심으로서, 저를 비롯해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귀한 가르침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 말씀에 대해 세 가지로 정리하여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종은 자기 자신이 주인 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종으로서는, ‘쓸모있는’ 자는 바로 주인이심을 드러내어야 하기에, 그런 의미에서 종은 자신이 ‘쓸모없는’ 자임을 고백함이 마땅하리라고 봅니다. 누가 주인일까를 생각한다면, 나라에서의 주인은 국민이고, 신앙에서의 주인은 하느님이시지요.
 

이제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이라는 표현입니다. 종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오늘 복음은 알려 줍니다. ‘겨자씨 한 알’이라는 표현은 달리 말해 ‘작지만 온전한 믿음’인데, 이런 믿음을 지녀야 함이 기본이고, 준비하는 자세와 섬김의 자세를 지니는 것, 바로 이 자세들을 지니고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복음을 말합니다.
 

이제 세 번째로,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표현입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직무 유기’입니다. 그 반면, 자신이 해야 할 일 아닌 다른 일까지 한다면 이는 ‘월권’입니다. 우리로서는 직무 유기에 빠져서도 안 될 것이고 월권을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이 표현은 자신이 맡은 일에 올곧이 충실해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이렇게, 주님의 간단한 이 말씀 안에는 우리가 지녀야 할 내용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세상의 모습, 특히 정치인들의 요즈음 모습, 저로서는 이 자리에서 어느 한 쪽만을 칭해서는 안 됨을 밝히면서, 작금의 모습들이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정치인들 그 누구로 부터도 ‘죄송합니다!’라는 표현이 보이지 않는 슬프고 기가 찬 현실입니다. 

  다른 한편, 우리는 교회에 대해서도 진단해야 하겠지요. 매일 미사에서 ‘내 탓이요!’를 고백하는 교회 안에서 일부 지도자들과 일부 신자들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정치판에서 보이는, 종이 주인 행세하는 모습,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모습, 직무 유기 또는 월권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잘못조차 모르는 모습들이 우리 교회 안에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이 저에게, 우리에게, 세상에게, 정치인들에게, 그리고 우리 교회 구성원들에게 더 다가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님의 종으로서 모이신 여러분, 주님의 이 말씀이 우리를 통해 구현(具現)되길 바래봅니다. -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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