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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5 07:30

[강론] 연중 제29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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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일(다해) 강론 –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
 

주임신부   2022. 10. 16, 범일성당


 

지금으로부터 만 34년 전, 저는 망미성당 보좌신부로 생활했습니다. 그 때, 매일 기도하러 성당에 오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셨는데, 저로서는 그분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그래서 한번은 제가 그분을 만나 ‘할머니,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는지요?’라고 하여 그분으로부터 당신께서 기도하시는 내용을 들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당신 가족이나 남들을 많이 언급하며 바치는 기도가 주를 이루었고, 기도하실 때마다 항상 시작하시는 표현은 “하느님, 한번 들어보이소.”였으며, 기도의 내용은 당신의 답답한 마음, 섭섭한 생각, 한풀이 하고픈 표현 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장황한 말씀을 마치시면서, ‘신부님, 그렇게 기도하고 나면 내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라고 하신 기억이 납니다.
 

할머님과 헤어진 후, 저는 ‘나도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하느님에 대해 이렇게 상상했습니다. ‘아! 하느님께서도 참 힘드시겠구나.’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한번 들어보이소.’라고 인간이 청하는데 안 들어주실 수는 없고, 들으시는 내용들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입장으로선 다 아시는 내용들이건만 또 들어 주셔야만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말만 하고 떠나버리는 인간을 향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건네실 기회조차 가지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입장에서는 그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인간들의 그러한 기도 모습 때문에, 어쩌면 괴롭고 외로운 시간들을 자주금 보내고 계시리라고 저로서는 감히 헤아려 봅니다.
 

그래서, 유명한 영성학자이신 ‘루이 에블리’라는 신부님께서도 당신이 쓰신 책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기도 모습들을 나열하시면서, 그 책의 이름을 ‘사람에게 비는 하느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제발 내 말도 좀 들어 달라’하시며 사람에게 빌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란 하느님과 나와의 ‘대화’입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말해서는 대화라 할 수 없겠지요. 기도를 정말 잘 하시는 분들은 자기 말보다는 하느님 말씀을 경청함을, 그분 뜻을 헤아림을 더 중요시 여깁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과 대화하고 하느님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성모님도, 수많은 성인들도 그런 올바른 기도의 삶을 사셨습니다. 

  물론, 청원 기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훌륭한 기도문들에서 볼 수 있듯, 청원하기 이전에는 찬미 기도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꾸준히 청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우리가 계속 청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들어주실 수밖에 없다는, 당연히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는 오늘 복음 내용만을 뛰어 넘는 더 깊은 가르침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먼저 청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으로서, 바라 건데 우리가 청하는 그 내용이 이렇다면 참 좋겠습니다. - ‘하느님, 제가 당신을 찬미하오니, 제 말보다는 주님 말씀을 먼저 들을 수 있고, 당신 뜻을 먼저 헤아릴 수 있기를 청하나이다.’라고 말입니다.
 

기도 많이 바치시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그런 올바른 모습으로서의 기도를 꾸준히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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