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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3 11:01

[강론] 연중 제23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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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일(다해) 강론 – 우선 가치
 

주임신부    2022. 9. 4, 범일성당


 

약 한 달 전에, 제 모습을 바라보시던 원장 수녀님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 “신부님, 무슨 고민 있으세요?”... 그래서 저는 “아뇨,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실상 그 당시 저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고민이라기보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란 바로, 제 어머님께서 뉴질랜드에 사시는데, 한국이 그리워 약 한 달 동안 한국에 들려 머무신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사제는 ‘출가외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저로서는 하느님의 일에 집중해야 하고, 특히 본당에서도 제 어머님 소식 때문에 신자 분들께서 신경 쓰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아무도 모르도록 처신했고, 제 어머님께도 ‘저 만날 생각마시고, 알아서 오시고 알아서 가시라.’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인간적으로 가족 간에 만나고 대화하고 식사도 해야 함이 당연 하겠지만, 사제이기에, 그리고 말 못할 사정도 있고, 무엇보다는 본당 관계자 분들을 생각할 때 저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음에 제 가슴도 아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 자신에 대하여 ‘참 모진 놈’이라고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아마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힘 드시고 저를 지적하실만한 모습이겠지만, 이제 한 달이 지났기에, 이렇게 저의 부족한 면을 드러내어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라고 하셨는데,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십계명에도 부모를 공경하라고 되어 있는데, 가족을 미워하라니요...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으로 보이는 그 이유는 바로 ‘미워한다.’라고 표현된 우리 말 번역 때문입니다. 성경의 원문인 히브리말에서, ‘미워하다.’의 뜻은 ‘덜 사랑하다.’ 또는 ‘둘째 자리에 두다.’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가족관계를 부정하신 것이 아니라, ‘가족 사랑’을 ‘하느님 사랑’보다 더 상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를 알게 되면, 우리도 오늘의 주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어쩌면 냉정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실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로서, 이해 못함이 아닌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내용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면에서, 복음 속에 나오는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당신을 따라야 당신 제자가 될 수 있다.’(루카 14,27 참조) 또 ‘자기 소유를 다 버려야만, 더 정확히 말한다면 자기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만 당신 제자가 될 수 있다.’(루카 14,33 참조)는 주님의 말씀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우리 마음에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입니다. 


 

순교자 성월을 맞는 첫 주일인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을 기억해 봅니다. 그분들께서는 이 세상의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자신의 목숨조차도 하느님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셨고, 실제로 그리 사시며 주님을 따랐던 분들이셨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고 계신 여러분, 우리도 순교적 삶을 살 수 있겠습니다. 우리도 하느님을 가장 우선시하는 삶, 신앙을 가장 우선시하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우리도 세상의 관계와 집착을 넘어 선 천상적 관계와 자유 속에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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