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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3 11:15

[강론] 파스카 성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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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카 성야 강론 - “돌을 치워라!”(요한 11,39)
 

주임신부  2021. 4. 3, 범일성당


 

오늘 복음을 보면, 무덤 속은 비어 있습니다. 여기서, 무덤과 부활의 관계성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무덤이 비어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무덤이 비어 있는 것입니다. ‘빈 무덤이 부활을 낳게 하였다.’라는 도식이 아니라, ‘부활이 빈 무덤을 낳게 하였다.’라는 도식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부활하셨기에, 무덤이 비워져 버리게 된 것입니다.

 
 

또한 오늘 복음의 앞부분을 살펴봅시다. ‘여인들이 무덤으로 갔다. 그런데 무덤을 막은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돌은 무엇을 의미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돌은 죽음의 세계에 가두어 놓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돌은 이미 치워져 있습니다. 이로써, 돌은 죽은 자를 가두어 굳게 닫아 둔다는 이 생각에 처음으로 도전이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치워진 돌은 부활을 가져온다.’는 도식이라기보다는, ‘부활은 돌을 치워버린다.’는 새로운 도식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부활 때문에, 부활의 힘으로, 죽음의 무덤을 굳게 막아 두었던 무거운 돌마저 힘없이 굴러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동시에 우리도 신앙인으로서 부활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부활의 삶은 무엇을 낳게 합니까?  빈 무덤과 같은 삶을 낳게 합니다. 돌을 치워 버리는 삶을 낳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강론의 주제를, 주님께서 라자로를 다시 살리실 때 하신 말씀, 요한복음 11장 39의 “돌을 치워라!”로 정했습니다. 우리도 ‘돌을 치우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돌’은 무엇을 뜻할까요? 돌은 우리 삶을 짓누르고 있는 장애들을 상징합니다. 우리를 짓누르는 돌은 다양할 것입니다.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일 수 있고, 어떤 지적인 관념일 수 있으며, 정치적 또는 사회적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돌은 또한 우리를 얽어매는 온갖 부자유일 수 있으며, 양심의 고통, 심리적 억압과 불안, 타인을 향한 증오심과 적개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나만이 지고 가야할 과거의 짐일 수도 있습니다. 돌은 또한 지나친 소유욕과 물욕, 명예와 권력의 추구일 수 있으며, 교만, 아집, 독선, 이기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돌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 사회 안에서 만나는 돌도 있을 것이며, 132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여러 형태의 돌들에 우리가 짓눌려 살아가는 한,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힘 드리라고 봅니다. 무언가 부자유스럽습니다. 살아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고 있으나, 실상은 부활 아닌 죽음을 살고 있는 꼴이 됩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부활의 삶이란, 한 마디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돌을 치우는 것 아닐까요? 부활의 삶은 돌을 치울 수 있게 합니다. 우리가 부활의 삶을 택한다면, 돌처럼 굳어버린 심장은 부드러운 살 심장으로 변화합니다. 이러한 좋은 변화를 위해서라면, 우리는 이를 두려워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돌을 치우면, 우리 안에 죽어 썩어갔던 많은 것들이 다시금 생명을 회복합니다. 우리를 묶고 있던 띠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풀어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자유의 사슬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에게 있어서 부활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잠시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조금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부활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저는 최근에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 안에서입니다. 그분께서는 올 해 성주간을 시작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삶의 위대함은 자기 재산이 불어났거나 승진했을 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위대함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을 때 있습니다.” 교황님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겠습니다. 우리 삶의 위대함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깨달을 때라는 것을. 만일, 우리가 주님께서 우리를 너무 사랑하고 계심을 깨닫는다면, 우리 삶은 위대한 것이며, 그 삶이 바로 ‘부활의 삶’이 아닐까 생각하고 싶습니다. 실상, 주님께서는 우리를 먼저 그리고 깊이 사랑하고 계시기에, 우리가 이를 깨닫기만 한다면, 우리는 위대한 삶, 즉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범일성당 교형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께서 친히 주시는 축복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에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에게 대해서는, 이렇게 기도드리며 강론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 “부활하시어 돌을 치워버리신 주님, 주님께서는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기에 부활의 선물까지도 주시는 분이심을 저희가 깨닫게 해 주십시오. 그럼으로써, 저희도 위대한 부활의 삶을 살고, 돌을 치울 수 있게 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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