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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9 11:34

[강론] 연중 제22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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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2주일(가해) 강론 - 십자가
 

2020. 8. 30 범일성당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나신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 관련 이야기입니다. 그분 생전에 제가 그분을 가까이에서 접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하루는 그분께서 주무셔야 할 침방에서 그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분께서 주무시기 전에 당신 손가락의 주교 반지를 벗어서 머리맡에 두시며 하신 말씀이 생생히 기억납니다. 이 말씀이셨습니다. - “윤신부, 이 반지가 참 무겁구나...”


 

반지 자체가 그리 무거울 정도는 아닐진데, 그 반지가 참 무겁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짐작하시듯, 김수환 추기경님 입장으로서는 당시 한국 교회 최고 어른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 생전에 평생 ‘불면증’으로 고생하셨던 것 또한 우리로선 짐작이 갈만 합니다.


 

그분과 나눈 대화 중 또 다른 하나는 이것입니다. 제가 그분께 ‘무엇이 가장 힘드십니까?’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 대답은 ‘화가 날 때에도, 화 내지 않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간단한 이 대답 안에서도 이 또한 ‘하나의 십자가’로서, 저를 비롯한 우리도 그리 살아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주님 말씀, 즉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는 말씀을 접하며, 돌아가신 김 추기경님, 그분 삶의 극히 일부분이나마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분께서는 살아생전에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신 분으로서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삶’을 몸소 실천한 분이셨습니다.


 

우리 모두 또한 각자 나름대로의 ‘십자가’를 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내가 기꺼이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외면하려는 지에 있고, 또 다른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 ‘하느님의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 아니면 ‘사람의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나아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행하는 ‘사람의 일들’, 예를 들어 개인 사정, 집안 사정, 직장 사정 등의 일들은 그냥 ‘사람의 일’로만 머물 수 있지만 또한 ‘하느님의 일’과도 연결될 수 있기에, 우리의 슬기로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그리고 교회 안에 머물다 보면, 이러 저러한 예상치도 못한 어려움들이 우리 각자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화가 나는 일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 때에, 오늘의 복음 말씀, 즉 ‘십자가를 져라!’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가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리고 분명히, 무겁게 느껴지는 십자가를 우리가 껴안을 때, 우리 삶은 가볍게, 자유롭게, 평화롭게, 거룩하게, 그리고 기쁘고 은혜롭게 변화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시며 주어지는 ‘십자가’를 지고 계신 여러분, 이렇게 말씀드리며 강론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그 십자가 때문에, 여러분께서는 행복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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