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가해) 강론 – 섬기는 삶
주임신부 2022. 12. 11, 범일성당
어느 유럽 수도원에서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그 수도원에는 수도회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수도원 자체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영성적으로 유명하시고, 마치 예수님처럼 사신다는 수사님 한 분을 모셔서 자문을 듣게 되었답니다. 그 손님 수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나는 예수님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수도원 안에 머무는 수사님들 중에서,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분을 찾아낸다면, 이 수도원은 번창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서 수도원 내의 수사님들 각자는 누가 예수님이신지를 그들 안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이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저 사람인 것 같기도 했지만, 누가 정말 예수님이신지를 찾아내기는 힘들었지요. 그래서 결국, 모든 수사님들은 그들 중 한명이 예수님이실테니, 서로가 서로를 예수님으로 여기며 다른 수사님들을 섬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겠습니까? 서로가 섬기는 삶이 원래의 교회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보고서 많은 외부인들이 방문하여 이 모습을 배우는 가운데 수도회 후원도 했고 또한 수도회에 입회하는 자들도 늘어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유명한 손님 수사님 한 분의 말씀, 즉 ‘예수님을 찾아낸다면, 이 수도원은 번창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예언이 ‘섬기는 삶’을 통해 정말 실현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대림 제3주일을 맞은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 대하여 “예언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다.”(마태 11,9),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라고 하시며, 세례자 요한을 높게 평가하셨습니다.
자, 그렇다면, 예수님으로부터 칭송받은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성경의 다른 구절을 보면,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에 대해 ‘그리스도’, ‘엘리야’, ‘예언자’라고 칭송하는 표현들에 대하여, 세례자 요한은 이 모두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자신은 그리스도가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며, 예언자도 아니라고 하며, ‘내 뒤에 오실 분이 계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요한 1,20-21;27 참조)
우리는 세례자 요한에게서 배우게 됩니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서 ‘아니다’를 표현했다는 것과, 자신은 ‘섬기는 자’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남들이 칭송하던 세례자 요한, 그리고 또 칭송받던 어느 손님 수사님, 이 두 사람 모두 자신은 ‘아니다’라고 하며 ‘섬기는 삶’을 지향했습니다.
대림시기를 보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제가 오늘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알려 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 안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그러면, 저 아닌 누군가가 예수님이십니다. 만약 여러분께서 그분을 찾아낸다면, 분명 번창하게 될 것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