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 – 예수님 때문에...
주임신부 2022. 11. 20, 범일성당
지난 주일, 우리는 주님의 은총 속에서 ‘본당의 날’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날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시작 전에 9일 기도를 바친 것처럼, 마치고서 저로서는 ‘감사의 9일 기도’를 바치고 있는 중입니다.
오랜만에 행사로서 마련한 이번 본당의 날을 통하여, 제가 신자분들로 부터 들은 말씀들 중의 하나는 “내가 범일성당 신자임이 자랑스럽다.”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곳 본당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해 준 요인들은 무엇일까?... 여러 면들이 있겠지요. 열심히 연주회를 준비하신 본당 성가대도 있었고, 미사에 동참하여 보다 은혜로운 미사가 되도록 해 주신 이곳 본당 출신 신부님들도 계셨고, 나눔의 식사 자리도 있었으며, 노래하며 즐거워 한 여흥의 자리도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본당의 노래를 다 같이 부르기도 했으며, 기념품과 경품 선물을 챙기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모여서 “내가 범일성당 신자임이 자랑스럽다.”라는 표현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꼭 기억했으면 하는 점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남 몰래 뒤에서 수고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기획과 담당 배분, 주차장 차량 안내 봉사, 음악회 포스터와 팜플렛 제작 및 홍보, 모니터 화면 내용 작성과 조작, 영상과 조명과 음향, 유튜브 송출, 그리고 제대 꽃꽂이, 본당 출신 신부님들을 위한 자리 마련과 선물 챙김, 또 데레사여고 강당에서 마련한 자리에서는 빔프로잭트로써 화면 송출, 음악과 음향 조정, 경품 상품 준비 및 전달, 마지막 청소 등등... 이렇게 뒤에서 수고해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 각자는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수고하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한 주간을 시작하며, 우리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날을 맞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나는 가톨릭 신자임이 자랑스러운가?”... 어떻습니까, 자랑스럽습니까?... 물론, 당연히 자랑스럽기에 지금 이 자리에도 우리는 모여 있습니다. 신자임을 자랑스럽게 해 주는 요인들은 다양할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근본적 요인은 바로 ‘예수님 때문에’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보이지 않게 몰래, 우리 뒤에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신자임을 자랑스레 여기게 하는 바로 그 근원은 예수님 때문입니다.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그분을 닮아가는 자가 될 수 있고, 나의 신앙이 자랑스러운 것이 됨을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그러한 예수님께서는 왕들 중의 왕이시라고 오늘 전례는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세상의 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왕이시지요. 군림하는 왕이 아닌 섬기는 왕이시고, 백성들의 근심걱정이 되기도 하는 왕이 아닌 우리를 살리고 가야할 길이 되어 주는 왕이시며, 세금을 거두는 왕이 아닌 자신의 몸을 내어 놓는 왕이십니다.
그러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나를 닮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닮아감으로써, 우리가 ‘또 다른 예수’되길 바라십니다.
주님을 왕으로 모시는 여러분, 예수님 때문에, 우리 신앙을 자랑하는 그런 멋진 자로서 계속 머무시길 기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