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강론 – 함께 하시는 하느님
주임신부 2022. 10. 23, 범일성당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했는데, 달리기 시합 때에 있었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몇몇의 어린 학생들이 뛰게 되었고, 결국 그들 중 한 명이 일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깝게 이등을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합니다. - “선생님, 이번 경기는 무효에요. 지금 일등을 한 저 애가 부정 출발을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선생님이 이등을 한 학생에게 “도대체 그 애가 무슨 부정 출발을 했는데?”라고 물었는데, 이등을 한 아이가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요?... 그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 “그 애는 달리기 출발하기 직전에 기도를 했기 때문이에요.” 대답 내용이 좀 독특해서, 선생님은 다시 이등을 한 학생에게 묻습니다. “기도하고 출발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지?” 그러자 이등을 한 애가 대답하길, “나는 나 혼자 뛰었는데, 일등을 한 그 애는 자기 혼자 뛴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뛰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답니다. 이야기 끝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어쩌면, 말 같지도 않고 너무 독특한 내용을 이등을 한 그 어린이가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편 ‘일리 있는 말’, ‘참 대단한 말’, ‘믿음을 지닌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기도를 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함께 움직여 주시며,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다는, 당연한 내용을 이등을 한 그 어린이가 가르쳐 주었다고 봅니다.
오늘,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듣게 되는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며 그들에게 선교의 사명을 주신 주님께서 남기신 이 말씀은, 마태오 복음서 전체를 마감하는 마지막 표현으로서 마태오 복음 28,20 내용입니다.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주님의 표현은 그 당시 제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선교의 사명을 받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들려오는 말씀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오늘은 ‘전교 주일’인데, 전교(傳敎) 또는 비슷한 의미인 선교(宣敎)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봅시다.
자칫 선교라는 말로써 상대방을 정복하려 하고 그 사람의 정서나 문화를 없애려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잘못된 모습입니다. 또한 하느님이 없는 곳에 하느님을 있게 하는 것이 선교라고 잘못 알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선교란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이미 함께 하고 계신데, 함께 하시는 그분에게 하느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그 사람들에게, 그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선교라고 말씀드려 봅니다. 이렇게 볼 때, 선교에 있어서의 핵심 표현은 바로 ‘함께 하시는 하느님’입니다.
선교의 사명을 지니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각자가 먼저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기억합시다. 그런 우리 되길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도 앞을 향해 힘차고도 열심히 뛰어 봅시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가는 이 길의 끝에서, 우리 모두 ‘일등’을 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