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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07:45

[강론] 사순 제2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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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나해) 강론 – 우리의 변모
 

주임신부   2021. 2. 28, 범일성당


 

몇 년 전에, 제가 아는 어느 수녀님과 문자를 주고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수녀님에게, 농담 삼아 “우리 본당에 예쁜 막내 수녀님이 가시고, 더 예쁜 수녀님이 오실 것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 수녀님 답변이 “종신서원하고 처음 오시니, 후광이 빛나는 수녀님이 오시겠네요.”였습니다. 그리고, 몇 일 후 실재로 그때의 본당에 새로운 수녀님이 오셨지요. 그런데 오신 수녀님을 제가 아무리 살펴봐도 ‘빛나는 후광’이 안 보이는 겁니다. 그때 생각난 말이 있었는데, ‘수녀님들은 날개를 숨기고 사시는 분’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하, 이번에 오신 수녀님은 날개뿐만 아니라, 후광도 숨기고 계시는 구나...’라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는 ‘빛나는 후광’과 같은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를 만납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계속 남아달라고 하며, 거기서 그냥 눌러앉아 살자고 했을까요?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기대를 저버리시고 산을 내려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하신 의미는, 산에서 내려 와 사람이 머무는 이 땅에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영광스러운 승리로 나아갈 수 있음을 미리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도 당신처럼 거룩한 모습으로 변모되길 원하시며, 그러기 위해 먼저 이 땅에 사는 우리 각자가 자신 앞에 다가오는 ‘수난’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하십니다. 나아가 생각해 볼 때, 주님께서는 우리가 인간적 부족하기에 ‘수난’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아시기에, 당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심을 우리가 더 알아차리길 바라실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를 더 묵상하게 되는 이 사순시기를 보내며, ‘우리가 그리 어렵지 않게 행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그 중의 하나로서, 제 생각에 따른다면, 그것은 성당을 향하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밖에서 또는 집에서 기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행할 수 있는 쉬운 것 한 가지가, 주님께서 현존하시는 성전에 머물고 그분을 만나고 그분과 대화하며, 그분을 모시는 시간이 참으로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우리와 함께 하고 싶으신 주님’에게 대한 우리 응답의 자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성당 가는 길을 가다 보면 주님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성당에 도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성당 가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길지 않은 십자가의 길을 거쳐 도착한 성전에서, 우리는 영원한 초막이 되어주실 주님 앞에 머물게 됩니다. 성당으로 가는 ‘수난’을 마치고, 성전 내의 십자가를 바라보면 그 십자가가 쓸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는 이 성전에서 당신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당신 혼자 계시는 시간이 더 많으시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예감이 우리를 감쌀 것이라고 봅니다. 즉, 성전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우리 자신도 점점 거룩하게 변모되지 않을까요? 


 

주님의 집에 모여 오신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도 ‘날개와 후광’은 내재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 안의 ‘날개와 후광’이 빛을 발할 날을 희망하며, 우리가 이 사순시기를 보다 은혜롭게 보낼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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