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가해) 강론 – 하나 됨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5. 31, 범일성당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 각자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들이라고. 서로 다른 모양, 다른 크기, 다른 음색... 악기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리를 내지만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선율을 맞추며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아름다운 곡을 완성해 냅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케스트라는 수 없이 연습을 합니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소리로 어우러질 것이라는 기대는 저 쪽으로 치워두고, 악보와 서로의 소리, 그리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나가는 것이지요.
지금의 우리도 열심히 연습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아진 음은 낮추고 낮아진 음은 높이며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듣고 내 식대로의 박자나 선율이 아닌, 하나 된 소리를 향해서요.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가 된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다르지만, 하나 됨’을 알려 줍니다. 제 1독서에서는 서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였지만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제대로 알아 들음, 즉 하나의 같은 내용으로서 이해했음을 알려 줍니다. 제 2독서에서는 여러 가지 은사, 직분, 활동들이 있지만 이 모두는 같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몸의 지체는 많지만 모두 한 몸이며, 각 지체들은 결국 공동선을 위함이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한 성령 안에서 한 몸이라고 알려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평화를 바라시는 주님께서 “성령을 받아라.”라고 선포하십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맞이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기신 말씀의 요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성령께서는 살아있는 교회의 주인공으로서, 교회를 움직이고 교회와 우리 안에서 활동하십니다.”라 하시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을 이방인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어, “신앙인이라면 우리에게 길을 제시하시는 성령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성령의 선물을 받으신 우리 본당 교우 여러분, 우리 안에는 ‘틀림’보다는 ‘다름’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틀림이 아닌 다른 우리가, 성령을 통하여 ‘하나 됨’을 지향해 봅시다. 서로 다른 악기들이 모여 있는 우리 공동체가 열심히 연습함으로써, 하나가 된 아름다운 곡을 반드시 만들어 내고 이를 신바람 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합시다.
그런 면에서,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에게 ‘파이팅!’을 외쳐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