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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1 11:29

[강론] 연중 제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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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일(가해) - 역지사지(易地思之)
 

주임신부   2023. 2. 12, 범일성당


 

여러분, 먼저 질문을 드려 봅니다. ‘여러분, 지난밤에 잠을 안 주무셨죠?’... ‘오늘 아침식사는 안 하셨죠?’... 저도 잠을 잘 잤고 아침식사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 잠을 잘 주무셨고 아침식사도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말할 때에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마태 5,3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오래 전 제 경험이 하나 있는데, 어느 이태리 신부님이 저에게 바로 오늘 복음 속의 예수님 말씀을 가지고서 이렇게 질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 ‘예수님은 우리가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 말씀하셨지? 그런데, 너희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예.’ 할 것은 ‘아니요.’라고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예.’라고 말한다면서?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너는 이해할 수 있겠니? 도대체 왜 반대로 응답하는 것이니?’

  자, 여러분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그 때의 저로서는 질문 자체는 이해를 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 잠시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간단한 대답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예.’ 안에 ‘아니요.’가 들어 있고, ‘아니요.’ 안에 ‘예.’가 들어 있다.’이었습니다. 결국, 저의 대답 자체가 그 이태리 신부님에게는 더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 버린 꼴이 되었지요.

 

실상,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어를 배울 때 헷갈리는 것들 중 하나도 바로 이 ‘예.’와 ‘아니오.’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표현법에서는 반대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따른다면, 반대가 되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 중심으로 표현하고, 외국 사람들은 자기중심으로 표현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강론 서두에서 제가 이렇게 질문을 드렸지요? ‘오늘 아침식사는 안 하셨죠?’ 이 질문에 대하여 외국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예. 나는 했습니다.’ 또는 ‘아니요. 나는 안 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했으면 무조건 ‘예.’이고, 내가 안했으면 무조건 ‘아니요.’입니다. 자기중심으로 대답하는 것입니다. 같은 질문에 대하여 한국인이라면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예. 나는 안 했습니다.’ 또는 ‘아니요. 나는 했습니다.’라고. 상대방이 ‘안 하셨죠?’라고 질문했으니, 상대방 중심으로 생각하여 우리는 ‘예.’ 또는 ‘아니요.’로써 대답하는 것입니다. 제 말이 이해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해가 안 되십니까?’... (제 질문이 이해가 되셨는지, 저 중심으로 생각하시어 ‘아니요.’라고 대답하시는 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대답하는 우리말이 더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말씀을 통해, 다른 각도에서 묵상하게 됩니다. 자기 입장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우리 되길. 한자어에 ‘역지사지(易地思之)’란 표현이 있는데,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뜻이죠. 우리말 응답이 그러하듯, 우리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역지사지’의 삶 때문에, 여러분 각자와 우리 모두의 삶이 더 아름답고 풍요롭길 바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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