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 만남
주임신부 2023. 1. 8, 범일성당
(노사연의 ‘만남’ 노래 소개 후...)
지난 3일 교구 사제 인사발표에 따라, 우리 본당의 정 사도요한 신부님께서 오는 13일 금요일 이동하시게 되었습니다. 3년간, 우리 공동체 안에서 목자로서 함께 하시고 수고해 주신 신부님께 본당 공동체의 이름으로 감사의 마음을 남깁니다.
‘헤어짐’ 앞에서 ‘만남’을 생각하게 됩니다. 소개해 드린 ‘만남’이라는 제목의 노랫말을 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고, 하나의 바람이라고 합니다. 만남은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운명으로서 영원과도 연결된다고 합니다. 만남은 소중하기에, 만남 때문에 뒤돌아봐서도 안 되고 후회해서도 안 되며 바보 같은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남은 좋은 만남이 되어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사 가운데서 ‘만남’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불교 용어에 따른다면, 만남은 하나의 인연으로서 헤어짐 없이 연속성을 지닌다 하겠으며, 삶에 영향을 끼치고 삶의 과정 안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성탄시기를 마감하는 오늘 전례에서도 우리는 ‘만남’을 발견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로서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심을 기념하는데,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만나는 내용이 복음으로 소개됩니다. 동방 박사들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을 찾아 그 먼 길을 와서 예수님을 만났고 경배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바라본다는 것은 희망의 징표였고, 빛을 따라 걷기 시작함은 만남을 위한 출발이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자신들을 구원할 메시아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렸고 그분을 만나기 위해 잘 준비하여 움직였으며, 결국 그들은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헤로데는 예수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자신의 왕권에 위협을 느낀 헤로데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요. 그는 동방박사들에게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주시오.’(마태 2,8 참조)라고 부탁했으나, 실상 이는 만남을 위함이 아니라 아기를 죽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님을 만나러 이곳에 모여 오신 여러분, 우리 서로간의 만남이 그리고 주님과의 만남이 나쁜 만남 아닌 좋은 만남 되길 바랍니다. 우리가 접하는 우연이 아닌 여러 만남들이 후회 없는 만남이 되길, 영원과도 연결되는 만남이 되길 기원합니다.
이러한 우리 만남이 사랑을 싹트게 하고 그 사랑을 노래하게 되길 기도해 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