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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8 00:17

[강론] 연중 제7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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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7주일(가해) 강론 – 모방 > 연습 > 창작
 

주임신부     2023. 2. 19, 범일성당


 

오래 전, 제가 한창 공부를 해야 할 사정에 처해 있었을 때, 제 책상 앞에 붙여 둔 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방, 연습, 창작’이라는 글이었습니다. ‘모방, 연습, 창작’은 세 가지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과정입니다. 공부를 할 때, 첫 단계는 남들의 훌륭한 작품을 모방하는 것입니다. 이 모방의 단계를 넘어서면,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이 계속 연습하는 단계로 나아가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연습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창작의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렇듯, 모방에서 연습으로, 그리고 연습에서 창작으로 가게 되면, 비로소 자신만의 작품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도 이 세 단계가 필요하리라는 것을 저로선 생각했었고 이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사에 있어서, 당연히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있어서도 이 ‘모방, 연습, 창작’의 단계는 적용된다고 봅니다. ‘완덕에로의 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주님의 모습을 비롯하여 훌륭한 신앙인들의 모습을 우리가 모방함에서부터 출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모방한 모습을 계속 연습해 봅니다.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드디어 나의 삶 자체가 내가 바라던 그 완덕으로 향하며 바로 내 것이 되는, 그런 창작의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들이 하는 것을 자신이 따라 하는 것, 즉 모방하는 것에만 머물게 됩니다. 물론, 남의 좋은 면을 내가 닮으려는 자세는 필요하며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문제는 남의 나쁜 면을 내가 닮으려거나, 무작정 남의 모습을 따라 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내가 아니라, 남의 복사물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반면, 어떤 사람은 꾸준히 연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쁜 것이 아닌 좋은 것을 내 것으로 하기 위해 연습하는 자들은 자신 안에 그 좋은 것을 쌓아 가는 자와 같겠습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이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연습의 단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즉 창작의 단계를 누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좋은 것을 모방함과 꾸준한 연습을 통하여, 자신 안에 자신만의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창작자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의 특징은, 창작을 하면서도 동시에 꾸준히 연습을 하며, 또 알아 갈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는 가운데 더 겸손해 지는 모습을 지닙니다. 당연히, 창작의 단계에 도달한 이들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체를 지니며, 또 그 향기가 풍겨 나는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높은 단계’로 향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남들이 하는 것을 자신도 하는 것은 ‘남 따라 하기’, 즉 모방의 단계이겠죠. 그런데, 주님께서 말씀하신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 44)는 가르침은 모방의 단계를 뛰어 넘는 말씀입니다. 실상, 우리가 행하기 힘들만큼의 높은 단계이지요. 행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높은 단계에 도달할 수 있겠으며, 그러기 위해서 우리로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겠고, 이를 통해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창작’으로 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9,2)고 말하고 있고, 복음에서는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고 하십니다. 이런 가르침들은 가능하며 이를 내 것을 만드는 창작과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거룩하고 완전한 사람 되길 원하시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가 바라는 그런 삶을 우리가 영위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모방, 연습, 창작’이라는 이 표현이 나로부터 기억되고 구현(具現)되는, 그럼으로써 나의 삶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삶의 연속이길 바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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