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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강론 – 힌트(hint)...
 

주임신부   2023. 4. 8, 범일성당


 

강론을 시작하며, 하나의 주제로서 ‘몰라보면, 놓친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성목요일에 제가 겪은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그 날은 유독 바쁜 날이었는데, 남천성당에서의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좀 일찍 도착해서 화장실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앞만 보고 걷고 있는데, 누군가 저에게 “신부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저는 습관적으로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누구여서, 나에게 인사할까?’ 하는 생각으로 그분을 쳐다보니, 저로선 그분이 누구인지를 도무지 알아 챌 수가 없었습니다. 왜일까요?... 요즈음 우리가 주로 접하는, 변장 아닌 변장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머리를 달리 다듬은 모습이었기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가 바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도 다시금 자세히 보니 그때서야 그분이 누구인지를 제가 알 수 있어서, 나도 그분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만일, 저에게 인사하시는 그분을 제가 알아보지 못하고서 지나가 버렸다면, 저로선 하나의 실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몰라보면, 놓친다.’는 말이 맞는 셈입니다.
 

여기서 나아가, 이런 생각도 해 봅시다. ‘주어지는 힌트(hint)를 알아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다양한 ‘힌트’, 즉 실마리, 귀띔, 암시, 도움말 등은 스치듯이 나타나고 있고, 이 힌트는 우리를 도와주는 해결의 열쇠로서 우리에게 주어진다고 봅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제 경험에서는, 한 마디의 인사말, 즉 “신부님, 안녕하세요?”가 바로 그 힌트였습니다. 스치듯이 나타난 이 힌트를 다행히 제가 놓치지 않고 알아챌 수 있었기에, 제가 실수를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주어지는 힌트를 알아채야 한다.’는 말도 맞는 셈입니다. 


 

이렇게, 저는 작은 경험 하나를 통하여, 귀중한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몰라보면, 놓친다.’, 그리고 ‘주어지는 힌트를 알아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 표현하면, 이런 말이 되겠지요. ‘힌트를 알아채면, 놓치지 않고 알게 된다.’ (말이 됩니까?)


 

오늘 이 밤, 우리는 참으로 은혜로운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며 다양한 모습으로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변장 아닌 변장의 주님 모습 때문에, 우리는 그분이 주님이신지를 모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주어지는 힌트를 알아채면,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놓치지 않고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복음에서 주어지는 힌트는 예수님의 간단한 한 말씀, 즉 “평안하냐?”(마태 28,9)였고, 여자들은 이 힌트를 알아채고서,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 뵙고 그분께 경배했습니다.  


 

이 좋은 자리에 함께 하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도, 일상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합시다. 세상과 이웃을 통하여, 주님께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건네시는 그 많은 힌트들을 우리가 놓치지 않음으로써, 우리도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 뵐 수 있길 바래봅니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 친히 주시는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을 알기에, 매일의 우리 삶 또한 거듭 변화하는 삶, 즉 부활하는 삶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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