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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강론 – 위하여...
 

주임신부    2023. 4. 6, 범일성당


 

‘위하여’와 ‘대신하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까 합니다. ‘위하여’와 ‘대신하여’는 그 뜻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특히 ‘사는 것’ 또는 ‘죽는 것’과 관련해서는 달리 이해되는 면이 있습니다. 

    먼저 ‘사는 것’과 관련하여 봅시다. 여러분, 질문 하나 드립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관한 질문입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위해서 삽니까? 아니면 자식을 대신해서 삽니까?’... 그렇습니다. 세상의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서 삽니다. 만일 부모님이 자식을 대신해서 살려한다면, 자식이 오히려 그의 부모님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아니, 왜 부모님이 내 삶을 대신해서 살려하십니까? 내 삶은 내가 살아야지요.’라고 말입니다. 만일에, 어떤 사람이 나를 대신해서 산다면, 내가 잘하여 상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나대신 그 사람이 받아야 하고, 내가 잘못하여 벌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나대신 그 사람이 받아야 합니다. 그리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이 안 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남을 ‘대신해서’ 살 수는 없겠습니다.

    이제 ‘죽는 것’과 관련하여 봅시다. 만일, 어떤 어린 자녀가 달려오는 차량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이를 본 그의 어머니가 달려들어 자녀를 구해내고 자신은 죽었다면, 그 어머니는 자녀를 대신해서 죽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표현하면, 그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서, 자녀 대신 자신이 죽었다고 함이 명확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대신해서 죽는 것과 관련해서는 ‘위해서’가 이미 바탕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을 ‘위해서’를 전제로 한, 남을 ‘대신해서’ 죽을 수는 있겠습니다. 

    ‘위하여’와 ‘대신하여’에 생각해 보면, ‘위하여’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나를 대신하여 사신 부모님이라면 딱히 나로선 그분들께 해야 할 게 없는데, 나를 위하여 사신 부모님이라면 나로선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해야 할 게 많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성목요일의 ‘주님 만찬 저녁 미사’로써 ‘파스카 성삼일’을 장엄하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최후 만찬’의 날로서, 이 미사에서 이를 더욱 기념하고 재현하기에, 예식서의 지침을 보면 성찬의 전례에서의 다양한 감사기도 양식들 중 가장 장엄한 제 1양식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사 통상문에서 가장 거룩하고 중요한 부분은, 예수님께서 사제의 입을 빌어 친히 말씀하시는 부분인데, 그 일부분을 소개해 드리니, 잘 들어 보십시오.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들으셨습니까? 분명히 ‘위하여’라고 표현합니다. ‘너희를 위하여,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이렇게 주님께서는 우리와 많은 이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어 놓으십니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를 위하시는 분이십니다.

    성가책 115번에 보이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고 죽으셨다’는 표현은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해 갚아 주신다면, 우리가 계속해서 죄를 지어도 아무런 문제 될게 없다는 잘못되고 위험한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가 아니라, ‘우리 구원 위하여 수난하고 죽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뜻 깊은 오늘,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사신 주님’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우리 대신 죽으신 주님’을 만납니다. 이렇게 주님의 삶은 ‘위함의 삶’이기에, 우리로서는 감사드리며 해야 할 게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바래보건데, 우리도 주님을 닮아 ‘위함의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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