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가해) 강론 – 죽을 각오로...
주임신부 2023. 4. 2, 범일성당
교회는 오늘부터 성주간(聖週間)을 시작합니다. 일 년 중 가장 크게 기념할 축일이 주님 부활 대축일이라면, 일 년 중 가장 중요하고 거룩한 주간이 바로 이 성주간입니다.
원래 오늘 이 주일의 이름은 두 개인데, ‘수난 주일’ 또는 ‘성지 주일’이라 이름 하기에, 이 둘을 합쳐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두 개의 복음을 듣게 되는데, 예루살렘 입성 기념식 때의 복음과 미사 때의 장엄한 수난 복음인 ‘주님의 수난기’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 두 복음을 통하여, 환영을 받으시고 또 배척을 당하시는 예수님을, 달리 표현하면 서로 다른 두 모습의 군중을 만나게 됩니다. 슬프게도,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이 군중은 동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미사와 관련하여, 예식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주님의 수난기를 봉독한 다음, 경우에 따라 짧은 강론을 한다. 또한 잠깐 침묵할 수 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그것은 오늘의 장엄한 복음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기에, 굳이 사제가 긴 강론을 함으로써 복음 내용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흐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강론을 준비하며 한 마디만 남기고자 합니다. 그것은, 요한 11,16에 보이는 토마스 사도의 이 말씀입니다. -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
오늘을 맞아, 우리가 생각했으면 하는 표현은 바로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입니다. 만일 죽을 수가 없다면, ‘죽을 각오로써’ 주님의 십자가에 우리가 동참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성주간을 시작하시는 여러분, ‘죽을 각오로써’ 이 한 주간을 잘 보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