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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5 07:26

[강론] 사순 제1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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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가해) 강론 – 실상(實像)의 하느님
 

주임신부    2023. 2. 16, 범일성당


 

신학생 때 꼭 읽어 보아야 할 서적들 중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 작가인 ‘엔도 슈샤쿠’(천주교 신자, 세례명 바오로)가 쓴 「침묵」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일본에 천주교를 선교하던 17세기에 있었던 실제 박해 상황을 토대로 쓰여 졌습니다. 박해 상황을 잘 보여주는 모습들 중 하나는, 예수님의 모습이 새겨진 성화(聖畫)를 땅바닥에 두고서 이 성화를 발로 밟고 지나감으로써, 자신이 천주교 신자가 아님을 또는 배교(背敎)한 자임을 알리고 자신의 목숨을 겨우 건지게 되는 그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외국인 신부님 한분이 일본에 선교하러 왔는데, 그 힘든 박해의 상황을 보고서 혼자 기도합니다. “주님, 왜 당신은 침묵하십니까?”... 그러다 그 신부님도 잡혀 왔는데, 관리들은 그 신부님에게 죽음을 눈앞에 둔 신자들이 보는 앞에서 예수님의 성화를 밟으라고 합니다. 그러면 다른 신자들도 살려 주겠다고 합니다. 잡혀 온 그 신부님 입장에서 얼마나 힘든 순간이었겠습니까?


 

이 「침묵」이라는 책의 내용이 ‘사일런스(Silence)’라는 제목의 영화가 되어, 2016년에 공개된 바 있습니다. 이 영화의 후반부에, 예수님의 성화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그 외국인 신부님이 나옵니다. 그 신부님은 그 순간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땅바닥에 있는 성화 속의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는데요, 영화에서는 40초간의 짧은 순간이지만, 예수님의 말씀이 드러나는 그 순간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 영화가,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서 하거라. 괜찮다. 나를 밟거라. 너의 발의 아픔을 나는 알고 있다. 너의 고통을 나는 잘 안다. 너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나는 이곳에 왔고, 그 고통을 위해 나는 십자가를 졌다.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단다. 그러니 어서 나를 밟거라.’... 참으로 대단하고 감동스런 주님의 말씀이지요. 그 성화 속의 예수님 얼굴은 많은 이들이 밟아서 우묵하게 파여 질크러져 있었고 괴로운 표정이었는데, 그런 예수님께서 힘들어하는 그 신부님에게 남기신 메시지는 바로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나는 존재한다. 나는 결코 침묵하지 않고, 너희와 함께 하며, 너희의 고통조차 나는 너희와 나누고 있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주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 고통을 나누시고, 심지어 우리에게 밟히기조차 하시는 그런 분이십니다. 주님께서는 결코 침묵하지 않으십니다! 단지, 우리가 주님께서 침묵하신다고 잘 못 느낄 뿐입니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순전히 우리 중심으로 우리가 주님을 잘 못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 제1주일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당하신 유혹을 접하며, 다른 한편 ‘주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신가?’를 먼저 생각함이 필요하리라 여겨, 이런 내용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신앙의 측면에서 볼 때, ‘유혹’이란 무엇일까요? 빵을 마련하고, 하늘을 날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픈 그런 것일까요? 이 또한 유혹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면에서, 또한 참으로 중요한 내용으로서, ‘유혹’이란 내 머리 안에 고착된 나의 하느님, 나아가 내가 만든 하느님 안에 내가 갇혀 있으면서, 그것이 하느님의 본래 모습이라고 내가 잘 못 규정해 버리는 것이 아닐는지요? 

    바라 건데, ‘실상(實像)의 하느님’을 우리가 찾았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어쩌면, 우리 각자에게 ‘나에 대한 너의 생각은 틀렸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유혹 안에 살고 계신 여러분, 침묵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실상을 우리가 제대로 알고자 노력해 봅시다. 이로써, 우리가 만든 큰 유혹에서도 우리가 벗어나길, 또한 희망하건데 이 사순시기를 보내며 우리 모습이 주님 모습을 더 닮아가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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