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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7 07:22

[강론] 연중 제1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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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나해) 강론 – 쉰다는 것
 

주임신부   2021. 7. 18, 범일성당


 

어느 수사님 두 분이 수도원장님으로부터 들에 나가 밀을 거두어들이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그 두 수사님은 낫으로 밀을 베어 단으로 묶어나갔습니다. 둘째 수사님은 시간마다 쉬곤 하는데 반해, 첫째 수사님은 한 번도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날이 저물었을 때 보니, 쉬지 않고 일한 첫째 수사님보다 둘째 수사님이 더 많은 밀을 베어놓은 것입니다. 첫째 수사님이 그 결과에 놀라서 둘째 수사님에게 물었습니다. - “나는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틈틈이 쉬어가며 일한 형제가 밀을 더 많이 베었군요. 그 비결을 좀 말해 주세요. 어떻게 한 겁니까?” 그러자 이런 대답이 나왔답니다. - “나는 틈틈이 쉴 때마다 낫을 갈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어로는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고 하지요. ‘창조(creation)를 다시 한다’는 뜻입니다. 즉 쉰다는 것은 재창조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쉼’을 잘 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쉰다고 하면서 더 피곤하고 복잡한 곳을 찾아가고, 또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나서야 일상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20세기의 위대한 별이었던 슈바이처는 “현대인이 하루에 몇 분만이라도 밤하늘을 쳐다보며 우주를 생각한다면 현대 문명은 이렇게 병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그의 말도 생각납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쉬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복음에서는, 파견 받은 제자들도 스승님을 본받아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열정적으로 전하였고, 그들은 돌아와서 예수님께 보고를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하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은 의아해 했을 것입니다. 칭찬을 하시는 것도 아니고, 다시 가라는 말씀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외딴 곳에 가서 쉬라고 하셨습니다.


 

외딴 곳은 어떤 곳입니까? 그곳은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그리고 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노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외딴 곳에서의 쉼은 하느님 안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다들 참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쉴 여유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복음은 ‘너희도 외딴 곳에 가서 좀 쉬어라.’고 말씀하십니다. 바쁜 우리에게 쉬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쉼은 하느님 안에서의 쉼을 말하고 있고, 우리가 에너지를 충전하게 되는 쉼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 있어서 외딴 곳은 이곳 성당일 수도, 우리 각자가 기도하는 집이거나 작은 공간일 수도, 또는 피정하는 조용한 장소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곳에 머뭄으로써 에너지를 충전 받을 수 있으며, 재창조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한참 더운 요즈음이죠? 그리고 이제 많은 분이 ‘휴가기간’을 가지시게 되겠죠? 여러분 모두 정말 잘 쉬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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