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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3 17:01

[강론] 연중 제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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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6주일(나해) 강론 – 상처 입은 치유자
 

주임신부    2021. 2. 14, 범일성당


 

몇 년 전 저의 경험인데요, 새로 짓는 성당에 ‘예수 성심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 아래에서, ‘돈 적게 들이면서도 고유한 그런 성심상을 마련함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신자분들의 요청에 의해서 제가 그 성심상을 디자인하고 결국 설치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예수 성심상에는 의미가 담겨있기에, 이를 잠시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그 성심상의 모습은 독특합니다. 우리 모두를 당신 마음 안에로 빨아들이시기 위해 당신의 몸통 가운데를 비워두셨습니다. 그리고 손바닥에는 구멍 난 못 자국이 보입니다. 몸통은 뚫려있고 손에 못 자국 있는 이 예수님은 무엇을 드러냄일까요?... 그것은 바로 ‘상처 입은 예수님’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먼저 ‘상처 입은 분’이심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헨리 나웬’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계시는데, 이분은 예수회 사제이며 심리학자로서 많은 영성서적을 남겼습니다. 그 중 대표적 작품이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있는 추천할 만한 책이지요. 이 책을 보면, 예수님은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합니다. 의사는 환자를 치유할 때 환자의 아픈 곳을 깨끗한 새 붕대로 감싸 주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환자를 치유하실 때 당신 친히 이미 상처 입으시어 당신 몸에 감싸 둔 피 뭍은 붕대를 직접 풀으시어, 그 붕대로써 환자의 아픈 곳을 감싸 주신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만나는 ‘나병 환자를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 주님께서는 남을 치유하시기 전에 인간들로 인하여 이미 상처 입으신 분, 나병 환자와 같아지신 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안에 나병환자 모습을 이미 담고 계시며,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그분은 상처 입은 분이시기에, 우리의 상처를 익히 잘 아시는 분으로서 우리를 치유해 주시는 분입니다. 이 얼마나 감동스런 선포이며, 그분의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입니까? 


 

이 자리에 모여 오신 여러분, 예수님을 닮으려 이렇게 모여 있는 우리 모두 또한, 예외 없이 완벽하고 건강한 자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제나 수도자, 신자분들이 당연히 완벽해야 함을 전제하며 지적만 하는 교회 내 일부 사람들의 표현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예외 없이 세상 안에서, 이웃 안에서 상처 입은 자들로서 살아갑니다. 복음 속의 나병환자처럼, 우리도 환자로서 치유가 필요한 그런 우리들이 모여, 세상과 신앙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또한 역설적으로, 우리에겐 ‘서로를 치유할 수 있는 은혜로운 기회’ 또한 주어지고 있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우리는 이렇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 “상처 입은 치유자이신 예수님, 제가 ‘또 다른 예수님’ 되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받은 상처를 제가 감사히 받아들이는 가운데, 그 상처 때문에 저 또한 저 자신과 이웃을, 우리 가족을, 그리고 본당 공동체를 기꺼이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러한 ‘주님의 좋은 도구’로서 제가 살게 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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