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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강론 – 순명과 사랑
 

주임신부   2021. 12. 24, 범일성당


 

주님 성탄을 맞아 이곳에 모여 오신 여러분, 지금 이 제단을 향하고 있는 여러분의 눈앞에는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두 가지 다른 모습으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하나는 우리를 위해 오늘 우리에게 다시금 오신 ‘아기 예수님’이시고,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에 이르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는 ‘탄생’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입니다. 너무나 극단적으로 반대의 의미를 지닌 다른 이 두 모습들이 한 번에 드러나고 있는 이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님께서 이렇게 다른 두 모습으로 당신을 드러내고 계심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탄생’은 살기 시작했다는 것, 살기 위해서이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다릅니다. 그분의 탄생은 죽기 위해서 임을, 주님께서는 당신의 다른 두 모습으로써 이를 드러내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십자가에서 죽기 위해서 살기 시작하심입니다. 우리는 오늘, 죽기 위해서 살기 시작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도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살기 시작함이건만 우리는 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우리 삶도 예수님처럼 그러해야 함을, 즉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삶이어야 함을 묵상할 수 있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하느님 자체이신 그분께서는 왜 굳이 ‘죽기위해 탄생’하셨을까요?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는 ‘순명’이며, 다른 하나는 ‘사랑’이라고 봅니다. 성경의 필리피서 2,8에는 예수님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미사통상문 성찬기도 제4양식에는 이런 기도문이 나옵니다. “못내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끝내 사랑하셨으니”... 이렇게 볼 때, 오늘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오신 예수님, 이렇게 오신 그분의 목적, 즉 그 이유는 두 가지임을 알게 되겠습니다. 하나는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기 위해서이며, 다른 하나는 당신께서 죽기까지 우리 인간 각자를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 주님의 ‘탄생과 죽음’을 함께 만날 뿐만 아니라, 그분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죽기까지의 ‘순명과 사랑’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주님 성탄을 맞으며, 우리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이 노래는 ‘하느님께는 영광, 인간에게는 평화’를 전하고 있는데, 이를 달리 표현해 본다면 이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느님께는 순명, 인간에게는 사랑’. 이 ‘순명과 사랑’의 가르침이 오늘 이 밤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귀한 성탄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예수님의 죽음을 향한 탄생을 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전해지는 귀한 ‘성탄 선물’, 즉 ‘하느님께는 순명, 인간에게는 사랑’이라는 이 선물이 우리의 것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으로써, 이 큰 선물을 받은 우리 각자도 ‘또 다른 예수’로서 ‘순명과 사랑’을 살아가는, 그런 ‘은혜의 삶’을 영위하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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