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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3 07:21

[강론] 부활 제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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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일(가해) 강론 – 고아 아닌 우리
 

주임신부   2023. 5. 14, 범일성당


 

‘조진선’이라는 이름의 시인이 쓴 ‘하느님의 침묵’이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 “세례자 요한이 어이없이 춤 값으로 죽을 때도,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을 때도 하느님은 침묵하셨다. 침묵, 무슨 뜻인가? 내가 들을 귀가 없는 거다. 그분이 말씀하고 계셔도, 내가 못 듣고 있는 거지, 우리가 못 듣고 있는 거지.”


 

오늘 복음을 보면 ‘고아’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단어를 접하며, 위에 소개해 드린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주제를 ‘고아’로 잡아 보았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요한 14,18 참조) 주님의 이 말씀은 오늘 복음 서두에 나오는 말씀, 즉 ‘보호자’이신 성령을 보내시어 우리와 함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말씀(요한 14,16 참조)과도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분명히,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그분께서는 우리를 고아처럼 외로운 자로 두지 않으시고,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보호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볼 때, 주님께서는 침묵하시는 분이 결코 아니시라는 말이 됩니다. 오히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많은 말씀을 건네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며 자신이 고아처럼 느껴질 때가 있겠습니다. 세상살이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또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우리는 종종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게 되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과 사람들 때문에도 자신이 홀로 있음을 느낍니다. 심지어, 가족 안에서조차도 고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조차 나오는가 봅니다.

    사실 어찌 보면, 맨 손으로 이 세상에 홀로 태어나 언젠가 홀로 죽게 될 우리 각자는 그 존재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고독한 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 모습은 고독한 자들이 모여 고독을 달래며 살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고독한 자라 하여, 자신 안에 문을 꼭 잠그고 살아가려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닫아버린 문으로써는 결코 남을 받아들이기 힘들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닫아버린 문으로써는 결코 하느님의 목소리조차 듣기 힘들 텐데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께서 나에 대해 침묵하고 계신다고 잘 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사실, 우리에게 자주 말씀을 건네시는 그런 하느님을, 우리가, 우리 닫힌 마음이 그분을 침묵하시는 분으로 지정해 놓고 있지 않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강론의 서두에 소개해 드린 내용, 즉, “내가 들을 귀가 없는 거다. 그분이 말씀하고 계셔도, 내가 못 듣고 있는 거지, 우리가 못 듣고 있는 거지.”... 어쩌면 이 내용이 우리 각자에게 해당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고 계신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전해지는 주님의 말씀, 즉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는 이 말씀 때문에 우리가 다시금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나의 닫힌 눈과 귀를, 그리고 닫힌 마음을 열고서, 이제는 주님 때문에, 고아처럼 외롭지 살지 않는 우리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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