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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5 07:42

[강론] 연중 제15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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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가해) 강론 – 하느님의 일
 

주임신부    2023. 7. 16, 범일성당


 

평생 도시에서만 살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시골로 여행을 떠났지요. 그리고 우연히 농부가 밀밭에서 쟁기질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멀쩡한 땅에 긴 도랑을 파는 농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다시 보니 농부가 이랑에 밀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그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좋은 밀을 도랑에 넣고 있네? 이곳 사람들은 정말로 이상해.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과 내가 같이 있을 수 없지.” 형은 이렇게 말하고서 도시로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떠나지 않고 그곳에 머물러 살면서 놀라운 변화를 보게 됩니다. 드넓은 들판이 푸릇푸릇해지며 싱싱한 빛을 내뿜습니다. 그래서 그는 형에게 편지를 썼지요. 빨리 여기 와서 이 기적 같은 일들을 보라고 말입니다.

  형이 다시 왔고, 그 역시 푸른 들판을 보면서 깜짝 놀랐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이 푸른 들판은 황금빛 밀밭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형은 다시 이해할 수 없는 농부의 행동을 보게 됩니다. 글쎄 밀이 익자 농부는 낫을 들고 그것들을 베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여름 내내 밀을 가꾸더니만, 이젠 직접 그것을 저렇게 망가뜨리다니. 여기 시골 사람들은 미쳤어. 이젠 제대로 알았으니 난 다시 도시로 돌아가야겠어.” 그렇게 형이 도시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동생은 농부의 일을 도와 열매를 풍성히 맺게 된 밀들을 모으고 그것들을 창고에 넣었습니다. 

  이렇게 씨를 뿌리고, 밀밭을 추수하는 전 과정을 본 동생은 경외감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농부의 모든 행동들에는 그 까닭이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지요. 

  그 때에, 농부가 동생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답니다. “하느님의 일도 마찬가지일세. 하느님의 일이 우리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우리 기준으로만 생각하면서, 하느님께서 결국 열매를 맺게 해 주시는 그 과정들 속의 단면만을 볼뿐이어서 그렇다네.”


 

어쩌면, 우리 역시 도시에 사는 그 형의 모습처럼, 인내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과 주장만을 내세우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실상, 교회 안에서 볼 때에도, 하느님의 생각을 헤아림이 아닌 인간의 생각이 우선적인 경우가 없다고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하느님’이 너무 강해서, ‘하느님께서 생각하시는 내’가 무시되고 잊혀지는 경우 또한 없다고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리되면, 우리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무라며 남기신 말씀, 즉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마태 16,23)라는 주님 말씀을 우리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 즉 하느님께서 이 땅에 씨를 뿌리시는데,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계십니다.

 
 

좋은 땅에 머무시는 여러분, 우리는 세례를 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이기에, 분명 좋은 땅에 떨어진 씨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씨의 몫, 즉 나의 몫입니다. 씨는 땅 속에서 그냥 머물러야 함이 아니라, 햇빛을 받고 물도 먹으면서 그 덕분에 계속 자라고 변화할 것입니다. 

  이를 신앙의 측면으로 말씀드린다면, 우리가 ‘나의 생각을 뛰어 넘는 하느님의 생각’을 헤아리고 받아들여야만 계속 자라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데, 여러분 각자와 우리 범일성당 공동체 모두가, 수많은 좋은 열매들을 꼭 맺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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