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가해) 강론 – 닮아 감
주임신부 2024. 6. 4, 범일성당
질문 하나 드립니다. 간단한 수학 문제입니다. 1+1+1은?... 그럼, 1×1×1은?... ‘더하기’는 함께 붙어있는 느낌이고, ‘곱하기’는 완전히 결속된 느낌이 듭니다.
교회는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보냅니다. 아시다시피, 삼위일체란 성부와 성자와 성령, 이들이 각기 고유한 위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로 계시는 같은 하느님이심을 말합니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기에, 교회는 이를 믿음으로써 받아들여야 할 ‘신비’라고 가르칩니다.
이 어려운 삼위일체의 신비를, 이해하기 좋게 설명하기엔 인간적 한계가 있음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도 이 강론을 준비하며 힘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 신비에 대해 설명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 그러다 떠 오른 것이 ‘더하기’와 ‘곱하기’의 비유였습니다. 붙어있는 느낌의 더하기로써는 1+1+1=3이 됩니다. 이로써는 삼위일체가 설명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결속된 느낌의 곱하기로서는 1×1×1=1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고유한 존재가 사랑으로 서로 결속되면 하나가 됨을 묵상하게 되고, 이는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해서도 우리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리라 생각해 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서로 결속되어 계심으로써 이들은 하나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삼위일체를 생각하는 오늘을 맞으며, 교회는 우리도 하느님처럼 하나가 되어 살아가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의 자세를 무엇일까요? 이는 서로 ‘닮아 감’에서 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살아가며, 닮은꼴은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사는 부부 사이를 보더라도, 우리는 종종 ‘남편과 아내가 닮았다.’는 표현을 합니다. 교회는 부부에 대하여 ‘닮았다.’는 표현을 넘어서, 아예 ‘남편과 아내는 한 몸이다.’라고까지 합니다. ‘한 몸’이라는 표현 안에는, 그만큼 서로가 닮아 있고 그래서 사랑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오늘 대축일을 맞으며, 우리 서로 간에 그리고 우리와 하느님 간에 ‘닮아 감’을 추구해 보았으면 합니다. 닮아 가다 보면 서로 결속될 것이며, 이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해 줄 것입니다.
여기 모여 계신 여러분, 다음과 같은 소리를 우리가 주변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범일성당 공동체 구성원은 서로가 닮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과도 닮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