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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2 08:56

[강론] 연중 제19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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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가해) 강론 – 금이 간 물동이
 

주임신부  2023. 8. 13, 범일성당


 

제가 이곳 본당에 와서 처음 맞이하는 주일미사 때의 강론 내용을, 오늘 저로서는 이 본당의 마지막 주일미사에서 다시금 그대로 소개드려 봅니다.


 

매일, 우물에서 집까지 두 개의 물동이를 양 어깨에 메고 물을 나르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한 물동이는 온전한 반면, 다른 물동이는 중간에 금이 가 있어서 물이 새어나왔습니다. 금이 간 물동이는 온전한 물동이를 부러워하며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자신을 탓하던 금이 간 물동이가 어느 날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저 때문에 늘 헛수고만 하시는 군요. 제가 물을 흘려버리니 말입니다.” 이에 대해 농부는 미소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물동이야, 너는 우물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한 쪽에만 피어난 꽃들을 보지 못하였니? 네가 날마다 뿌려주는 물 덕분에 이렇게 꽃들이 생겼단다. 네가 없었다면, 이 아름다운 꽃들이 어떻게 피고 또 자랄 수 있었겠니?” 이 말을 들은 금이 간 물동이는 흠이 있는 자신의 존재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고 자신의 모자란 점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물동이’는 물을 옮겨 나르는 도구입니다. 우리도 주님의 도구입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물동이인 셈입니다. 그리고 또한, 주님께서는 부족한 자들을 부르시니(마태 9,13 참조), 부르심을 받은 저를 비롯한 우리는, 마치 금이 간 물동이처럼 부족한 자들입니다. 
 

어쩌다 보면, 우리 교우분들께서는 교회 안에서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빈틈없이 ‘완벽한 자’이길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기대가 클 때, 그들에 대해 쉽게 실망하고 부정적인 판단을 하게 되며, 결국엔 기쁨을 잃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곤 합니다. 오늘 여러분 앞에 서 있는 저를 보시면서도 여러분 각자의 생각은 다를 것이고, 한편 기대하시는 바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여러분 앞에서, 저는 ‘완벽한 자가 아님’을 드러냅니다. 저는, 그리고 사실 우리 모두는 ‘부족한 자’로서 하느님을 향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님께서는 부족한 우리 각자를 당신의 도구로 택하시어 ‘범일성당’이라는 이 공동체 안에 한데 모아 두셨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통하여, 앞서 말씀드린 이야기를 빌린다면 ‘금이 간 물동이’같은 우리를 통하여, 우리 각자 안에, 우리 가정과 주변에, 또한 이 본당 공동체와 나아가 이 세상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자라게 하시려는 주님의 심오한 섭리를 우리가 헤아려 보도록 합시다.
 

범일성당의 한 가족이신 여러분, 이곳 본당의 주인은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본당의 주역은 여러분이시고 저는 여러분을 섬기러 온 자입니다. 그러니, 평신도가 주역이 되어 활발히 움직이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저로서는 주님의 도구 역할에 충실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심이 되는 미사성제에 있어서는 정성을 다하는 가운데, 은혜롭고 거룩한 미사가 될 수 있도록 저로서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렇게, 평신도분들께서 중심이 되고 미사를 중심으로 우리가 모임으로써, 우리 본당이 여러 면에서 보다 정리 정돈된, 하느님 보시기에도 좋고 아름다운 모습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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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곳에 제가 머물며, 제 나름으로는 말씀드린 바처럼 살려고 노력했으나, 저의 부족함 때문에 그러지 못한 모습도 보였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분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고마우신 우리 본당 교형자매 여러분, 저의 후임으로 오시는 주임 신부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좋은 분이십니다. 새 목자를 잘 맞이해 주시고, 새 목자와 여러분께서 함께 하시는 가운데, 더 아름답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범일성당 공동체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들려주시는 주님 말씀이 여러분 모두에게도 힘이 되길 바라며,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주님의 그 말씀으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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