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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5 08:15

[강론] 사순 제1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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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다해) 강론 – 악마의 유혹
 

주임신부    2022. 3. 6, 범일성당


 

제가 어렸을 때에는 길거리 곳곳마다 간첩신고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보이는 간첩의 얼굴은 하나같이 붉은 얼굴에 찢어진 눈꼬리에다 검은 그림자와 긴  손톱을 그려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사람을 찾기도 힘들고 그래서 간첩신고를 하려면 헛수고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긴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때, 잡힌 간첩의 사진을 보면서 저의 친구가 한 첫마디 말은 “어! 사람하고 똑같네?”였습니다.
 

 

어릴 적의 저는 간첩은 악마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그런 모습의 악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악마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어디서 악마 그림을 보고서 제 나름대로 그 생김새를 상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상상하던 악마는, 무서운 얼굴에다 머리에는 뿔이 나고, 온 몸에는 털이 나 있고, 꼬리도 나있는 그런 괴물 모습이었습니다. 만일, 악마가 정말 이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서 우리를 유혹한다면 어떨까요? 누구나 쉽게 이를 알아보고 그 유혹 또한 쉽게 물리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제가 갓 신부가 되어 본당에 있을 때 생각도 납니다. 그 때에는, 정신이 조금 이상한 분을 제가 많이 만난 듯합니다. 당시만 해도, 정신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성당에 데리고 와서 마귀 들린 사람인지 확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성당이 아니라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인지 자꾸만 성당으로 왔습니다. 또 마귀가 들려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던 어떤 부인도 오셨는데, 당신께서 바라시는 치유 방법을 제게 요구하셨습니다. 그 방법대로 해야만, 아프던 머리가 개운하게 낫고 시원하다면서, 병원이 아니라 저를 수시로 찾아 오셨습니다. 돌이켜 볼 때, 그 당시 제가 만난 그분들 모두 마귀든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순 제1주일의 오늘 복음에서 악마의 유혹을 받는 예수님이 나옵니다. 상상대로, 머리에 뿔 난 악마가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을 유혹했다고 보긴 힘듭니다. 성서학적으로 볼 때, 오늘 보이는 이 장면은 예수님과 악마 사이에 벌어진 대결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의 내면 안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당신에게 악마처럼 유혹으로 다가온 것이라 할 수 있겠고, 예수님께서는 그 유혹 앞에서 ‘선택의 결단’을 하신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며, 우리 내면으로부터 ‘이렇게 해야 할지, 저렇게 해야 할지’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지니며, 그것이 우리에게 악마처럼 유혹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예외 없이, 결국은 외로운 광야에 홀로 머무는 존재임을, 즉 ‘실존적 소외감’을 체험합니다. 광야가 아닌 것처럼 보이나 실상 광야와 같은 이 세상 안에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선택의 결단’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들입니다. 


 

사순시기를 맞으시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 거룩한 시기 동안 광야도 체험하시고 우리 내면적 갈등으로 다가오는 유혹에도 맞서시길 바랍니다. 올바른 선택으로써 광야에서 유혹을 이기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지녀 봅시다. 


 

이 강론을 주님의 기도 마감부분으로써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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