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마당
일반 게시판
2022.04.02 18:27

[강론] 사순 제5주일 - 주임신부

조회 수 36 추천 수 0 댓글 0

사순 제5주일 (다해) 강론 – 좋은 변화
 

주임신부   2022. 4. 3, 범일성당


 

얼마 전 제가 읽은 ‘신앙 서적’에 적힌 짧은 글의 내용이 좋아서, 이 자리에서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나는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하느님이 오늘 내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주로 ‘내가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실상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전자인 ‘하느님을 알게 해 달라는 것’은 나는 가만히 있고 하느님 쪽에서 나에게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고, 후자인 ‘하느님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을 아는 것’은 하느님 쪽이 아닌, 나 자신이 그분의 뜻을 헤아리며 알아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하느님께서 하시라는 것’이고 후자는 ‘내가 해야 하는 것’, 다시 말해 전자는 ‘하느님이 변해야 함’이고 후자는 ‘내가 변해야 함’, 이렇게 입장 차이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많은 경우 우리는 하느님에게만 기대합니다. ‘하느님, 저는 그냥 기다리오니, 당신께서 이렇게 해 주십시오. 저렇게 해 주십시오.’의 모습이 우리 기도의 대부분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보다 더 바람직한 기도 모습은 ‘하느님, 당신이 아닌 제가 ‘이미 나와 있는 당신의 뜻’을 아직도 모르고 있사오니, 제가 당신 뜻을 제대로 알아 변화되게 해 주십시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을 또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모습을 볼 때, ‘나 자신이 하느님 입장이 되어, 내가 하느님인양 행세하며 이것저것을 판단하고 지적하는 경우가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당연히 하느님의 뜻을 행해야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하느님의 종으로서 그분의 뜻을 제대로 수행하는 자로서 머물러야 하지, 우리 자신이 마치 하느님 자체인양 행세함은 잘못된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렇게 두 가지 교훈, 즉 ‘하느님이 아닌 내가 변해야 함’. 그리고 ‘내가 하느님인양 행세하지 말아야 함’. 이 두 가르침을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도 만납니다. 복음에서는 죄 지은 여인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 주는데, 그들은 재판자로서 벌을 내리시는 하느님인양 행세했습니다. 그러던 그들이 예수님의 단 한 마디 말씀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입장’에 서 있다 생각하며 손에 돌을 쥐고 있던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입장’을 되돌아보았으며, 누구보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함을 알고서, 쥐고 있던 돌을 놓아 버리고 그 장소를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습니다. 아마도, 변화를 체험한 그들은 재판하고 벌을 내리시는 하느님이 아닌, 죄를 잊어버리시고 자비하신 하느님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순시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이 은혜로운 시기를 보내는 우리가 ‘하느님이 변해야 하고 그분께서 하셔야 함’ 아닌, ‘내가 변해야 하고 내가 해야 함’을 체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내가 하느님으로서 행세함’ 아닌 ‘내가 하느님의 종으로서 행세함’이 실현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참 좋은 변화’가 우리에게 있는 이 은총의 사순시기 되길 기원해 봅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236 일반 게시판 [강론] 연중 제11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7 2021.06.12
235 일반 게시판 [강론] 부활 제2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7 2021.04.10
234 일반 게시판 [강론] 사순 제1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7 2021.02.20
233 일반 게시판 [강론] 연중 제4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7 2021.01.30
232 본당주보 [주보] 연중 제18주일 file 조선오이 37 2020.07.29
231 일반 게시판 5월 생활말씀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 28,20) cthpeter 37 2017.05.22
230 본당주보 연중 제29주일(20191020)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file 범일사무장 37 2019.10.17
229 일반 게시판 [강론] 부활 제2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3.04.15
228 일반 게시판 [강론] 성목요일 주님만찬 저녁미사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3.04.06
227 일반 게시판 [강론] 사순 제4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3.03.18
226 일반 게시판 [강론] 연중 제15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2.07.09
» 일반 게시판 [강론] 사순 제5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2.04.02
224 일반 게시판 [강론] 연중 제6주일 - 주임신부 1 주임신부 36 2022.02.12
223 일반 게시판 [강론] 부활 제3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1.04.17
222 일반 게시판 [강론] 주님 수난 성지 주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6 2021.03.27
221 본당주보 (주보)부활 제5주일(2020.05.10) file 범일사무장 36 2020.05.06
220 공지사항 사순 제2주일 주일강론 _ 2020년 3월 8일 (주임신부 윤용선 바오로) file 범일김안드레아 36 2020.03.08
219 공지사항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로 걱정이 많으실 듯 합니다 file 다미아나 36 2020.03.06
218 일반 게시판 [강론] 성체 성혈 대축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5 2023.06.10
217 일반 게시판 [강론]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 - 주임신부 주임신부 35 2023.04.08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3 Next
/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