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주일(가해) 강론 – 어린양...
주임신부 2023. 1. 15, 범일성당
만일, 저를 비롯하여 우리 각자가 남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 ‘저 사람은 마음이 너무 여려, 저 사람은 강한 면이 없어, 저 사람은 너무 약해빠져서 참 걱정이야, 저 사람은 자기표현도 제대로 못해, 저 사람은 남에게 퍼주기만 하고 살아, 저 사람은 저러다가 자기 재산 한 푼 모으지도 못할거야... 등등.
이런 표현들을 만일 우리가 듣게 된다면 어떻겠습니까? 아마, 그리 좋은 마음이 들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런데 달리 보면, 그런 소리를 듣게 되는 그 사람은 조금이나마 예수님을 더 닮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닮으려는 예수님, 그분은 누구이십니까?...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입을 빌어 ‘예수’란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려 줍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어린양’이시라고 알려 줍니다. 힘세고 강한 호랑이나 사자라고 표현하지 않고, 힘없고 약한 어린양이 바로 예수님이시랍니다.
‘어린양’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나약함의 상징이요, 희생제물 자체이죠. 당시의 그 나라에서는 어린양을 잡아 희생 제물로 바쳤으니, 어린양의 삶이란 죽음을 향한 삶이었습니다. 그것도 자신 때문이 아닌, 남들을 살리기 위한 제물로서 죽어가는 삶이 어린양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자기가 올라가기 위해 남을 밟고자 하는, 권력과 힘으로써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그런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있는 우리들이, 신앙인이라면 신앙인으로서 바라보고 닮아야 할 모델은 어린양, 즉 예수님 그분의 삶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마음은 온유하고 겸손하니, 우리가 당신에게로 와서 그 마음을 배우라는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따르고, 모시고, 또 닮으려는 우리도 ‘하느님의 어린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주변으로 부터 당하게 되는 온갖 시기, 질투, 험담 등이 있다 하더라도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우리가 주님을 닮아가기에 더 기뻐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린양이신 주님을 닮고자 하시는 여러분, 우리 주변과 교회 안에서,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소리 지름과 교만보다는 온유함과 겸손함이 추구되고 존중받길, 그리고 주님 마음에 드는 더 많은 ‘어린양들’이 있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