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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30 00:27

[강론] 연중 제4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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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나해) 강론 - ‘권위’와 ‘권위주의’
 

주임신부    2021. 1. 31, 범일성당


 

말의 ‘표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전의 교회 어르신 분들께서는 ‘반말’로써 신자분들에게 당신 말씀을 표현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젊은 나이의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교우들 보아라...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식의 표현을 쓰셨고, 이전의 부산교구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님께서도 “교구민들은 들으라...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느니라.” 식의 표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런 표현법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엔 어떠한지를 지난 부산교구장 황철수 주교님의 표현을 빌어 잠시 알아봅니다. “무엇 무엇이라 알아 들으셔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등의 표현입니다. 반말이 아닌 ‘존댓말’이며, 주로는 단정적이거나 명령적인 가르침이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함께 생각해 보자는 식의 동의를 요청함이 담긴 표현이 대부분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그런 표현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이러 저러하게 기도하고 싶습니다.” 등의 표현입니다. 언젠가 어떤 신자분께서 저에게 건의하시길, “신부님, 좀 강하게 명령적으로, 우리가 그냥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단정적으로 표현하셔야지요. 왜, ‘이렇게 함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저렇게 하고 싶습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하시어 우리까지 생각하고 동참하게 유도시키십니까?”... 그분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겠으나, 그 신자분께서 원하시는 말씀대로 표현한다면, 그 표현은 자칫 ‘권위주의’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에, 저로서는 가능한 그런 표현을 삼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 평신도 분들께서 우리 교회에서 고쳐져야 할 부분들 중 우선적으로 보는 것 하나는 바로 ‘성직자의 권위주의’라고 합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성직자의 권위주의는 없어져야 합니다. 특히 사목자의 생각이나 말과 행동에 있어서, 권위주의는 분명 사라져 버려야만 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모두도 이 ‘잘못된 모습’인 ‘권위주의에 빠짐’에서 벗어나야 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면은, ‘권위주의’와 ‘권위’는 엄밀히 볼 때 다른 것이고, 우리가 이 둘을 잘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제 ‘권위’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고 합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놀랐습니까?... 그 이유가 복음에서 바로 나옵니다. ‘그분께서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 그것입니다. ‘권위 있는 가르침’이 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를 섬기러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으셨고, 한편 ‘권위’를 지닌 분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권위주의’를 배척해야 하지만, ‘권위’는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권위’를 지닌 자들입니다. 우리 각자가 받은 권위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에서부터 출발하며, 이 권위는 정당하게, 또 잘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당신께서 교황직을 받아들이는 미사 중 강론에서, 이 ‘권위’에 대해서 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우리가 받은 권위가 어떻게 드러나야 할지를 한 마디로 잘 보여 주는 그분의 말씀은 이것이었습니다. - “진정한 권위는 섬김 그 자체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섬김의 삶’은 우리가 받은 소중한 권위를 가장 잘 드러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권위를 지니신 여러분, 우리가 각자의 ‘권위’를 존중하며 ‘권위주의’에는 결코 빠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섬기는 삶’이 우리의 ‘권위’를 드러낼 수 있기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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