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강론 – 신분과 관계
주임신부 2022. 2. 1, 범일성당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을 맞으며, 주님 친히 주시는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오랜 만에 이곳 본당을 방문해 주신 분들에게는 우리 본당 공동체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환영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설날을 맞으며 듣게 되는 오늘의 복음에서, 우리는 우리의 ‘신분’이 무엇인지를, 그 신분에 걸 맞는 처신은 어떤 모습인지를 듣게 됩니다. 우리의 신분은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종’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종으로서의 걸 맞는 처신은 주인이 언제 돌아오든지, 주인을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러한 자들을 향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하느님의 종으로서 종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복음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리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알고, 깨어 준비하는 자세로써 주어진 신분에 걸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겠지요. 어머니는 어머니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종으로서 자신이 마치 주인인양 행세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로를 ‘섬기는 삶의 자세’가 우리 가정과 우리 본당에 정착되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또한 다른 한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바로 ‘관계성’입니다. 한자어 ‘人間’이라는 글자가 보여 주듯,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사람다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하느님과의 관계가 바르게 되었을 때, 인간다운 삶,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우리는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불장군 같은 사람, 그리고 자신의 잘난 맛에만 빠져 사는 사람이 보이는 이 세상 안에서, 서로 간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더 많이 드러나는 그런 좋은 세상이 되길 바래봅니다.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오늘 이 설날은, 자신의 신분을 다시금 생각하고 사람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게 되는 축복된 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명절을 우리에게 물려주신 우리 조상들에게 감사드리며, 우리는 오늘 이 미사를 ‘합동 위령미사’로 봉헌하며 돌아가신 그분들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됩니다.
주어진 ‘오늘’을 살고계신 여러분, ‘어제’ 덕분에 좋은 ‘오늘’이 있듯이, ‘오늘’ 덕분에 좋은 ‘내일’이 있을 수 있도록, 주어진 ‘오늘’의 삶에 우리 모두 충실하길 기원해 봅니다. 우리가 우리의 신분에 맞추어 살아가며 사람들과 그리고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아갈 때, 분명 하느님께서도 우리 각자를 향하여 ‘착하고 충실한 종아, 너는 행복하다!’라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이 은혜로운 설날을 맞으며, 다시금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넘쳐나길 기원합니다. 이 설날이 ‘신분 회복의 날’, ‘관계 회복의 날’이 됨으로써, 더 좋은 설날으로 머물길 바랍니다.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십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