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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3 07:24

[강론] 연중 제20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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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0주일(다해) 강론 – 결심
 

주임신부    2022. 8. 14, 범일성당


 

언젠가부터, 저는 ‘야식’을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밤에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서, 괜시리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출출해져서 이것저것 꺼내먹다 어느새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요즈음처럼 더운 때에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밤에 마시면 뱃속까지 시원해집니다. 거기에다 ‘치맥’이라고, 닭다리 하나 걸친다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을 듯 풍요로움을 느낄 것입니다. 
 

신자분들은 제가 밤마다 기도하는 줄 아시겠지만, 사실 기도는 조금하고 야식을 많이 먹습니다. 만일, 야식을 먹은 만큼 기도했다면 저는 이미 성인품에 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품은 고사하고, 어느새 바지 품을 늘려야만 했습니다. 옛날에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살 안찌는 체질이라고 자부하며 배가 나온 선배 신부님들을 놀리곤 했었는데, 어느새 제가 그런 선배의 모습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까짓 거 운동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둔해져 버린 제 몸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오늘은 해가 지면 아무것도 먹지 않으리라’ 굳게 결심했는데, 바로 그날 밤에 친구가 저에게 와서 ‘치킨을 시켜 먹자.’고 했습니다. 요즈음 제가 바빠 보인다고, 이럴 때는 잘 먹어야 한다며 저를 꼬셨습니다. 그러니, 가녀린 저의 결심은 흔들릴 수밖에요. 문득 그렇게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오늘 복음에도 보이는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식구가 서로 갈라져 맞서게 될 것이다.’(루카 12,52 참조)하신 주님의 말씀이 정말 맞는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살이 많이 쪄서 성인병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늘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안 먹어야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결심조차 실천하지 못하는 제가 안타깝게 보입니다.
 

이러한 저에게,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불을 지르러 왔다.’고 말씀하십니다.(루카 12,49.51 참조) 저는 지금 평화로운데, 주님께서는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맞서 갈라지게 하려고 왔다.’고 하십니다.(루카 12,51-52 참조)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때로는 나 자신의 신념을 위해 결심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가 봅니다. 자꾸만 안주하고 싶어지는 우리에게, 주님께서는 우리의 좋지 않은 습관으로부터의 분열을 주시기에 고맙기도 합니다.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기만 하는 그런 ‘평화’보다는, 꿈을 향해 다가가면서 열정적으로 불을 지르는 것과 같은 그런 ‘분열’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불이 우리 안에서 꺼지지 않고 타오르길 바래봅니다.
 

신앙인으로 머물고자 하시는 여러분, 우리 몸에서 불필요한 살을 빼기 위해서 결심이 필요하건만, 하물며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불필요한 요소들을 빼기 위해서는 더 큰 결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당 갈까, 말까?’, ‘기도할까, 말까?’ 등의 갈등 앞에서도 여러분의 좋은 결심이 따르길 바래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이 신앙인으로서 필요한 ‘결심’에 도움이 되는, 그런 ‘입에 쓴 약’과 같이 우리 각자에게 받아들여지길 기도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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