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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08:06

[강론] 연중 제19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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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다해) 강론 – 행복한 종
 

주임신부   2022. 8. 7, 범일성당


 

우리 본당 회장님께서 자주 쓰시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 “회장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표현은 당신께서 성당에서 종으로서 임해야 한다는 자세가 보이고 있고, 실상 본당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 주고 계시기에 저로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서, 저는 ‘주임신부’라는 이 직분을 높은 자리가 아닌 무거운 책임의 자리로 느끼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볼 때, 성직자가 제왕적 군림을 한다는 지적과 독단과 권위주의에 빠진 성직자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서도, 저 또한 뼈아프게 받아들이며 마음 아파합니다. 그런 가운데, 저로서는 직분을 망각하지 않고 맡은 소임에 충실한 자로서, 또한 섬기는 종이요 일하는 종으로서 머물고자 저 나름 노력하오니, 여러분의 판단과 지적, 그리고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복음을 접하며, ‘종’이라는 단어를, 그것도 ‘행복한 종’이라는 내용을 생각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인과 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제자들에게 종으로서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그런데 주인의 모습을 보면 조금 의아합니다. 등불을 켜 놓고 기다리는 종을 만나게 된 주인은 종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종들의 시중을 들어줍니다. 복음 안에서, 주인과 종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는 전혀 반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인과 종의 모습 외에, 또 다른 모습도 보입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복음에서는 다른 복음서의 행복선언 내용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행복’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루카 12,37)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루카 12,38)


 

이렇게 오늘 복음에서는 두 가지 특이한 면들, 즉 ‘종들에게 시중을 드는 주인’, 그리고 ‘깨어 기다리는 종들의 행복’이 드러납니다. 결과적으로 누가 행복해집니까? 종들이 깨어 기다리다 주인을 맞이하게 되면, 결국 누가 행복하다는 말입니까? 예, 바로 그 종들이, 즉 ‘우리’가 행복해집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해지길 바라시고, 주인이신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시중까지 들어 주는 분이심을 오늘 복음은 보여 줍니다. 


 

이제 우리의 모습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우리 자신이 ‘주인’이라기보다는 ‘종’이라는 것을 더 많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깨어 기도하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는 더 깨어 기도하는, 그렇게 준비하며 살아가는 자로서 우리가 머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깨어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리고 주인보다 종이 행복한 세상, 다가오는 이보다 맞이하는 이가 행복한 세상, 기다림마저 행복한 세상이 바로 하늘나라라고 알려 줍니다.


 

저는 평신도 여러분에게 자주 ‘본당의 주역’이시라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주역(主役)’의 뜻은 ‘주된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주인’과 ‘주역’은 다르지요. 여러분께서는 우리 주인이신 주님의 사업에 있어서 ‘주역을 하시는 종’이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주역이시요 종이신 여러분, 여러분께서 진정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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