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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07:25

[강론] 주님 승천 대축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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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다해) 강론 – 아버지와 아들 
 

주임신부    2022. 5. 29, 범일성당


 

지금 시대에는 전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어릴 적까지만 해도 부모님들은 남자 자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저에게 겨우 남아있을 정도의 아주 어릴 적 기억이 하나 있는데, 제 부모님은 아들인 저를 시장바닥이나 성당 등으로 자주 데리고 다니셨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싶어서였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랫도리 바지의 일부를 일부러 잘라서, 그런 옷을 제게 입히시고 저를 데리고 동네방네 돌아 다니셨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재미있던 모습은 새끼줄을 제법 길게 만들어 저의 허리에 묶어 두고서, 부모님은 그 새끼줄 끝을 꼭 잡고 다니시며 제가 당신의 영역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 당시의 저로서는 그런 제 모습이 부끄러운 줄도 몰랐고, 오히려 제 마음대로 움직이며 재미있게 놀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고, 저를 지켜주시며, 저는 그분 영역 안에 머물고 있으니, 저로선 걱정될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이하며,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과 얼마간 지상에서 머무신 후에 영광스럽게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마냥 장엄하고도 기쁜 날이라 여길 수 있는 오늘, 우리는 ‘다른 각도’에서도 오늘 대축일을 묵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강론을 시작하며 저의 옛 기억을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 대축일에 대한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은 바로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입니다. 


 

오늘날에도, 그 옛날처럼, 부모 자녀 관계가 좋은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다른 한편, 부모 자녀 관계가 손상된 안타까운 모습을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자녀를 담금질하는 아버지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 입장에서는, 아버지 앞에서 주눅 들고, 자신을 사랑하기를 어려워하며, 죄책감이나 무력감까지 지니기도 하고, 마음의 거리는 멀어 있으면서도 도리를 지키느라 관계를 단절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티며 살아가는 자녀들이 없지 않아 있는 슬픈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 아들 예수를 어떻게 대하셨을까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르 1,11)라고 선포하고 인정해 주셨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신뢰를 듬뿍 받으며, 주어진 이 세상에서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셨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아버지는 늘 아들 뒤에서 아들을 지키셨고, 아들이 당신의 영역 안에 머물 수 있게 하셨습니다. 아들을 자랑스레 여기신 아버지가 계시니, 아들 예수님께서는 힘차고 용기 있게 일하시며 하늘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실 수 있었고, 마침내 당신을 아버지께 온전히 맡기며 죽으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지상 사명을 끝내 잘 이루신 아들을 부활시키시고 당신 곁으로 불러올리심은 당연한 순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강복하시며 땅에서 하늘로 오르심을 기억하는 오늘, 다른 각도에서 볼 때, 하늘 끝에서 애타게 아들을 기다리시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마침내 돌아온 아들을 팔 벌려 맞이하시고, “애썼다. 내 아들!”하시며 아들의 등을 토닥여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이신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당신의 아버지를 또한 우리의 아버지로 내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감히 부를 수 있고 아버지로 대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축일을 맞아 우리도 승천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가 이 지상에서 그분의 자녀답게 살아가길 다시금 다짐하는 그런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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