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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8 07:28

[강론] 대림 제4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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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제4주일 (다해) 강론 – 진정한 행복
 

주임신부   2021. 12. 19, 범일성당


 

언젠가, 어느 신자분께서 저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 “신부님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합니다!”... 이 말씀이 저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분 말씀을 들으니, 신부부터 행복한 삶을 살아야, 신자분들도 그 신부로부터 행복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고,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편 사제로서의 막중한 사명감 또한 느꼈습니다.
 

사제로 살다보면, “신부님, 참 행복하시겠어요.”라는 말씀을 신자분들로부터 가끔씩 듣게 됩니다. 사제의 삶,... 무엇을 보고 행복하다고 얘기하시는 것일까? 세상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이고,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자식 걱정 없어 보여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때론 말로 다 해명할 수조차 없는 구설수에 오르고, 시기와 모함과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그런 신부의 삶이 좋아 보여서일까요?... 사실, 신부들도 편하게 걱정 없이 살아가고만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이만 저만한 고민과 아픔, 그리고 때로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이 있는 삶을 살아가곤 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사제를 향해 던지곤 하는 이 말씀, 즉 “신부님, 참 행복하시겠어요.”를 깊이 생각해 본다면, ‘행복’이란 말은 고민, 걱정, 고생, 고통 등의 반대말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향해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셨다.’라고 하면서 “행복하십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런데, 행복하다는 말을 들은 마리아의 삶은 어떠했습니까? 주님의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안타깝게도 마리아는 평생 죽도록 고생과 어려움 속에 살아야만 하지 않았습니까? 처녀가 잉태했기에, 주위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고, 돌에 맞아 죽을 뻔한 위협도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이 없는 것처럼 살아야 했고, 어렵게 얻은 자식은 남들로부터 ‘미친 놈, 먹보요 술꾼, 죄인들의 친구’ 소리를 듣고 다니더니, 이웃들로부터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었고, 마리아 자신은 예리한 칼에 찔리듯 마음이 아프게 살았습니다. 나아가 하나뿐인 자식이 십자가에 메달려 죽는 꼴을 당신 생전에 보셔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마리아의 삶은, 어찌 보면 인간적 행복과는 거리가 먼, ‘팔자가 센 여인’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행복하길 바라시는 여러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행복’을, 우리는 신앙 안에서 만났으면 합니다. 신자분들은 신부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팔자가 세어 보이는 마리아에 대해서도 우리들은 ‘행복하십니다.’, ‘기뻐하소서.’라고 외칩니다. 더 나아가, 성경의 여러 곳을 비롯하여, 교회의 역사는 ‘하느님을 믿고 받아들이는 모든 이는 행복한 자들’이라고 선포합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세상 살기가 팍팍하다 할지라도, 아무리 돈이 없고, 힘들고, 외롭고, 남모르는 아픔과 눈물을 지니고 산다 할지라도, 구원의 주님을 믿고 받아들이며, 우리를 위해 ‘또 다시금 오시는 그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고 이를 선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대림시기를 마무리하고 계신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성탄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성탄 앞에 있는 우리가, 많은 환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특히 이 어려운 코로나 시기 안에서도, 주님을 가슴 벅차게 기다리고 또 그분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성모 마리아처럼 우리도 진정 행복한 자들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진정한 행복’을 우리 모두 누릴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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